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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수

뮤지컬 '빨래', 상쾌하지만 한편으론 묵은 때를 제거하지 못한

Tue Sep 02 2008 07:23: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빨래', 상쾌하지만 한편으론 묵은 때를 제거하지 못한 뮤지컬 '빨래'는 서민들, 그 중에서도 사회의 주변인으로 살아가는 이주노동자,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 과부 등의 고달픈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작품이다. 4개월간 공장에서 월급을 받지 못해도 고국에 진 빚이 있어 돌아가지 못하는 솔롱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장애인 딸을 키워야하는 주인집 할머니, 동료의 부당 해고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가 지방에 있는 한직으로 내몰리는 나영. 이들은 어렵고 억울한 상황에 처하지만 저마다 상처를 가진 이웃들끼리 힘이 되어주면서 다시 희망을 찾는다. 이 뮤지컬의 주제는 '서민들의 고달픈 삶, 그러나 그 속에서 다시 찾게 되는 희망'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어찌 보면 이러한 주제는 매우 상투적인 이야기로 귀결되기 쉽다. 그러나 '빨래'를 그저 뻔하고 평범한 작품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는 극이 일상의 모습과 많이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먼저 극의 배경이 되는 옥탑방, 서점의 모습은 관객들이 일상에서 실제로 접하는 장소와 닮아있다. 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의 어색하고 느릿한 말투, 사투리나 비속어의 사용 등은 다양한 출신의 사람들이 각자 목소리를 내고 살아가는 서울 살이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해주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도 극의 재현성을 고양시키는데, 나영과 솔롱고를 제외한 배우들은 일인 다역을 맡았는데도 불구하고 각 역할마다 다른 캐릭터를 선보이며 일인다역이현실감을 떨어뜨리는 것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작가이자 연출가인 추민주씨는 자신의 실제 서울 살이 경험을 토대로 이 작품을 시작하였다고 하는데, 삶의 모습을 거울 비추듯 보여줌으로써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이 작품의 큰 장점이다. 이 작품에서 또 주목해야 할 것은 참신한 무대와 배경 음악이다. 먼저 무대 장치를 살펴보자면, 주인 할머니가 세를 놓는 주택은 문이 서 너개 달린 미닫이 벽으로 표현된다. 무대 뒷면을 미닫이 벽으로 가리면 배경은 순식간에 여러 사람들이 모여 사는 주택으로 바뀌게 되는 식이다. 또한 극이 시작하면 관객들이 입장하는 출입구에 써진 슈퍼마켓이라는 네 글자가 출입구를 동네 슈퍼마켓 문으로 느끼게 한다. 이는 상상과 창의를 활용해 그렇게 넓지 않은 소극장 무대의 잠재력을 한껏 끌어낸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한편 일렉 기타, 드럼, 키보드 등으로 이루어진 밴드의 라이브 연주, 거기에 맞추어 노래하는 연기자들의 육성은 녹음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장소에서 음악이 생산되는 과정을 관객이 만끽하게 해준다. 특히나 극이 끝나고 마지막에 밴드부스와 코러스부스에 불이 켜지면서 연주자들의 모습이 드러나는데, 이를 통해 관객들은 그 공연 시간 동안에만존재했던 음악, 공연을 체험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따뜻한 시선으로 이웃과 일상을 바라보는 주제의식, 무대와 음악에서 느끼는 새로움과 현장감 등을 통해 관객들은 희망적이고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이 극이 일상을 재현하고 그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고 했지만 그 희망이 현실에 안주하는 데 그친다는 점이다. 이 작품에서 제시하는 희망은 상황을 개선시키는 것이라기보다는 현실을 변화시키지는 않고 마음의 자세를 바꾸는 정도의 소극적인 것이다. 또한 이주 노동자, 비정규직, 장애인권 등의 문제는 다소 무겁고 해결이 어려운 사안들이다. 이 작품은 이것저것 어려운 사안들을 건드려보고 이야기 보따리를 풀고자 하지만 결국 아무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너무 쉽게 문제를 희망이라는 메시지로 덮어버리는 것만 같다. 변두리에 있는 서민들의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주고자 한 의도가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이야기가 끝나는 듯한, 묵은 때가 가시지 않은 기분을 주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극이 끝난 직후에는 깨끗한 빨래를 한 기분을 주지만, 한참 뒤에도 여운이 남아 실제 이웃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기에는 미약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한국 뮤지컬 대상 극본상, 작사상 수상] 이라는 타이틀에 빛나는 (물론 이런 타이틀만 보고 공연을 선택하는 것은 어리석을지 모르지만-_-;)빨래는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와 공연 후에도 입을 맴도는 노래만으로도 즐길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공연 후 빨래에 푹 빠져 몇 번씩 공연을 다시보고 싸이월드 빨래 클럽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관객들의 열성만 보아도 빨래의 흡입력은 증명되는 것 같다. 사실 필자도 공연 속 노래들이 갑자기 흥얼거림으로 튀어나올 때 당황스러움과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빨래는 현재 상반기 공연을 마친 상태이며 8월 29일부터 오픈런으로 2008년 하반기 공연을 한다고 한다. 스토리 꽝에 연기도 별로인 뮤지컬에 신물나는 분이라면 서민들이 그들의 얼룩지고 구겨진 꿈을 상쾌하게 빨래하는 공연장으로 마실가보시는 건 어떨지. 기간 2008년 8월 29일 ~ 오픈런 장소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 시간 2008년 8월 29일 ~ 오픈런 [평일 오후8시 / 토요일, 공휴일 오후 3시, 7시 / 일요일 오후 4시 공연(월요일 쉼)]* 추석연휴 9월 13-15일 2회 / 16일 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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