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통신원

신영미

결혼생활의 질곡 겪으며 깨달은 ‘진실한 사랑’ - 경향신문

Thu Oct 09 2008 07:34: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완벽한 결혼을 위한 레시피…케이트 캐리건 | 문학수첩전형적인 ‘칙 릿’의 제목과 표지를 가졌다. ‘칙 릿’을 굳이 배제할 필요는 없지만 젊은 여성의 일·야망·연애·결혼 등 비슷한 공식을 따라간다는 점에서 대개 ‘섹스 앤 더 시티’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아류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은 좀 다르다. 사랑과 결혼이란 문제를 다루면서도 인간의 내면심리와 타인과의 관계, 삶의 의미를 꿰뚫는 힘이 있다. 아일랜드 출신인 작가의 통찰력 덕분이다. 이 책은 뉴욕의 잘 나가는 요리 저널리스트인 ‘나’(트레샤)와 아일랜드 메이오 카운티란 시골에 살았던 ‘나’의 외할머니 버나딘의 삶을 교차시킨다.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 살았던 두 사람은 결혼생활의 질곡을 겪으면서 때로는 같고 때로는 다른 해결책을 찾아나간다. 서로를 철저히 사랑했던 할머니와 손녀를 이어주는 끈은 아일랜드 음식의 레시피다. 작가가 “진정한 선물”이라고 말하는 레시피는 요리의 핵심이지만 그것의 결과는 요리하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인생에 대한 교훈과 마찬가지다.30대 후반인 트레샤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의 건물관리인 댄과 충동적으로 결혼한다. 그러나 곧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게 아니었나 하는 고민에 휩싸인다. 댄과 댄의 가족이 보여주는 저급한 취향은 트레샤를 괴롭힌다. 더구나 그와 결혼한 뒤 트레샤는 뉴욕에서 용커스란 교외의 주택으로 이사를 가고, 잡다한 집안일에 시달리면서 커리어우먼으로서의 일상에 방해를 받는다.1930년대의 버나딘은 가혹한 첫사랑을 앓는다. 미국에서 건너온 마이클이란 청년을 사랑했으나 지참금을 마련하지 못해 헤어진다. 그후 자신보다 10살 이상 많은 교사 제임스와 결혼한다. 마음의 문을 굳게 걸어잠근 버나딘은 평생 마음 속에 마이클이라는 이루지 못한 꿈을 품고 냉랭하면서 충실한 아내로 살아간다. 소설은 트레샤의 1년과 버나딘의 50년을 대비시킨다. 트레샤는 댄과 결혼하기 직전, 자신을 버렸던 옛 애인을 만나면서 댄과의 결혼생활에 위기를 맞기도 하지만 점차 댄에 대한 확신을 굳혀간다. 트레샤에 대한 서술이 칙 릿 풍이라면 할머니 버나딘 부분은 클래식에 더 가깝다. 버나딘은 제임스의 따뜻함, 성실함, 지성에 끌리지만 자신의 꿈인 마이클을 버리지 못한다. 오랫동안 아이 갖기를 거부하다가 딸 니암을 얻는다. 그러던 중년의 어느 날, 부부싸움 끝에 화가 난 제임스는 버나딘을 이용했던 마이클의 진실을 폭로한다. 노년의 버나딘은 교황의 아일랜드 방문을 계기로 마이클과 조우하지만 그는 자신의 사랑이 제임스임을 깨닫게 된다.‘사람들은 완벽한 결혼은 없다고 말하지만, 있다. 완벽한 결혼은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 삶의 대부분을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정말로 세상에 없는 것은 쉬운 결혼이다. 그리고 사랑에 관한 한, 우리는 왠지 모르게 사랑이 쉽게 생겨나야 한다고 믿는다. 남자와 여자의 가슴에 불을 붙이는 것은 다르지만, 우리를 계속 걸어가게 해주는 연료는 비슷하다. 따뜻함, 동료애, 인간이기 때문에 느낄 수밖에 없는 상대방의 슬픔과 기쁨과 고통을 지켜보며 견디는 것.’(353쪽)구스베리 잼, 루바브 타르트, 허니케이크, 벅스티, 클로브 햄, 폽스, 아이리시스튜 등의 독특한 레시피는 읽는 것만으로도 침이 고이게 만든다. 역시 요리와 사랑은 잘 어울리는 짝이다. 나선숙 옮김. 9500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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