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통신원

신영미

‘노 대통령-평검사 대화’ 그때 그 검사들의 바뀐 세상 바뀐 생각 -한겨레신문

Fri Oct 10 2008 04:49: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대화’ 5년 후 그때 검사들 “노 너무 몰아 붙였다” “MB 마음 놓인다” ‘노 대통령-평검사 대화’ 그때 그 검사들의 바뀐 세상 바뀐 생각 검찰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과 ‘맞장을 뜨던’ 검사들이 정권이 바뀌자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말이 곳곳에서 나온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의 행보를 두고는 ‘코드수사’ ‘청부수사’라는 비판도 무성하다. 참여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3월9일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 ‘검사와의 대화’에서 목소리를 높였던 ‘열혈 평검사’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검찰에 대한 실망감이 확산되면서 인터넷에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독하게 맞섰던 평검사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라는 비아냥섞인 글들도 많이 올라오고 있다. 그들이 보기에 검찰과 세상은, 과연 바뀌었을까, 아니면 그대로일까? 5년 전처럼 그들은 대통령과 맞장 토론을 벌일 기개를 갖고 있을까? <한겨레>는 당시 ’검사와의 대화’에 참가했던 평검사들과 인터뷰를 시도했다. 그러나 그들은 5년 전과 달리 극도로 말을 아꼈다. 당시 평검사회 회장이었던 허상구 법무부 범죄예방기획과장은 “인터뷰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개별적으로 접촉했던 검사들도 상당수 문전박대하며 말을 아끼기는 마찬가지였다. 분명히 분위기는 달라졌다. 몇몇은 입을 열었지만 “현 정부는 참여정부에 비해 적어도 적대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마음이 놓인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검사도 있었다. 현 정부에서 참여정부 시절 위축된 검찰의 권한을 되찾아야 한다는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과연 5년 전 소장검사들이 보여준 소신은 ‘유통기한’이 5년에 불과했던 것일까? 그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질문1. 검사와의 대화를 추억해달라 검사와의 대화에 참석했던 검사들은 모두 10명. 이들은 서울(6명)과 지방(부산, 인천, 전남, 충북)에 흩어져 있었다. 인터뷰는 쉽지 않았다. 만남 자체가 쉽지 않은데다 ‘민감한 질문’에는 쉽사리 입을 열지 않았다. 5년 전 사무실 문만 열면 만날 수 있었던 그들은 이제 부속실을 거쳐야 만날 수 있는 중간간부로 바뀌어 있었다. 참여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바뀐 세월뿐 아니라 검찰 조직에서 각 개인의 위상 변화도 말을 아끼게 한 이유가 아니었을까. 지난 6일 어렵게 시간약속을 해 찾아간 수도권 지역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반갑게 대화를 나누다가 “이명박 정부의 검찰 정책이 과거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자마자 “전자결재는 시간을 지체하면 안된다”며 기자를 부랴부랴 방밖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던 검사들도 ‘검사와의 대화’ 당시를 회고하는 대목에서는 쉽게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이들은 대부분 당시를 ‘지우고 싶은 추억’ 쯤으로 생각하면서도 그때를 객관화해서 바라보는 여유도 보였다. 한 검사는 “한 마디로 노 전 대통령 손바닥에서 놀았던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토론회장에 가보니 대통령은 강의하고 우리는 학생처럼 앉게 자리가 배치돼 있더라고요. 항의 끝에 원형 토론 무대로 바꿀 수 있었지요.” 노 전 대통령은 ‘토론’이 아니라 ‘강화’를 작정하고 나왔다는 것이다. 검사들에게 “왜 그때 그렇게 대통령에게 감정적인 질문공세를 펼쳤냐”고 물었다. 검사들의 발언 태도 때문에 청문회 직후 세간에는 ‘검사스럽다’ ‘검새’라는 유행할 정도로 후폭풍이 적지 않았다. 한 검사는 “우리는 검찰중립을 최대한 설득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갔지만 토론회에 가보니 노 전 대통령이 ‘너희는 나쁜 놈이다. 그러니까 내말을 들어라’ 이런 식으로 말을 하니까 우리 반응도 자연히 거칠어졌다”고 말했다. 토론회 때 격앙된 분위기를 가라앉히려고 노력한 기억밖에 없다는 그는 “감정적인 질문은 국민정서에 맞지 않았고 결국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우리가 스스로 제공한 꼴이 됐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은 검사와의 대화에서 검찰중립을 요구하는 검사들에게 “검찰 수뇌부를 믿지 않는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김각영 당시 검찰총장은 그날 저녁 사표를 던질 수밖에 없었다. ‘검찰 독립’을 명분으로 나선 평검사들이 오히려 수뇌부의 단명을 재촉한 결과가 됐다. “우린 노 전 대통령 손바닥서 놀았다” ‘넌 나쁜놈 이니까’ 식으론 개혁 안돼 참여정부 5년? “긴 터널 지났다” 질문2. 참여정부와 현정부를 비교한다면 씁쓸한 추억 때문인지 검사들은 아직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검찰개혁 과정 자체보다 노 전 대통령의 검찰에 대한 태도를 문제삼는 검사들도 많았다.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선다는 느낌도 들었다. 한 검사는 “검찰권한 축소가 시대적 대세라고 하지만 아무리 죄있는 사람이라도 면전에서 ‘너는 나쁜 놈이니까 이제 죽었어. 각오해’라는 식으로 하는 것은 개혁의 상궤를 벗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참여정부 이후 들어선 이명박 정부에 대한 이들의 평가는 상당히 우호적이었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일선 검사는 상관없다”는 판에 박힌 모범답안을 내놓는 검사도 있었지만, 대부분 참여정부 5년의 긴 터널을 빠져나와 다행이라는 속내를 주저없이 드러냈다. 한 검사는 “솔직히 법질서 준수를 강조하는 현 정부가 참여정부에 비해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일부는 노무현 정부 시절 법원 쪽에 무게중심이 쏠렸던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영장발부 관행 등이 현 정부에서 개선되기를 기대하기도 했다. 참여정부 시절 정권과 맞서며 현직 대통령의 대선자금까지 파헤쳐 국민들의 박수를 받았던 검찰이, 이제는 ‘정치 검찰’이라는 손가락질 속에서도 오히려 “마음이 놓인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정치검찰 논란엔 “절대 아니다” 일부선 “갑자기 말 잘들으면 안돼” 촛불 과잉수사 법무장관 비판도 질문3. ‘정치검찰’이라는 비판을 어떻게 생각하나 지난 7월 <한겨레>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 60.5%가 ‘정치 검찰’이라는 비판에 대해 “공감한다”고 응답했다. <문화방송> ‘피디수첩’ 이나 한국방송 정연주 전 사장에 대한 수사, 참여정부 실세와 민주당 인사들을 겨냥한 수사 등을 놓고 ‘표적수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런 비판에 대해 검사들은 대부분 “절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한 검사는 검찰 수사가 참여정부와 민주당 인사들을 주로 겨냥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물음에 “정권이 바뀌면 전 정권에 대한 투서와 진정이 쏟아진다”며 “그건 권력의 속성”이라고 했다. 표적수사는 아니란 얘기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대통령 측근 수사는 왜 제대로 안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정권 초기라 한나라당 정치인 이름이 나오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했다. 시민사회단체 등으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고 있는 촛불집회 관련자와 누리꾼 등에 대한 수사에 대해서는 “이 사건은 정치사건이 아니라 공안사건”이라며 “위법 사실이 있으면 기소하는 것이 검찰의 역할”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똑같은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국민들의 시선을 따갑게 의식하는 검사도 있었다. “사람(대통령)이 바뀌었다고 갑자기 말 잘 듣고 그러면 안된다. 사람이 누구든지 검찰이 한결같아야 욕을 먹지 않는다”고 했다. 한 검사는 ‘법무부 장관’을 직접 겨냥했다.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6월 임채진 총장 등 검찰 수뇌부가 촛불집회 사법처리 수위를 놓고 고심하는 와중에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서 ‘촛불집회에 배후가 있다’며 사법처리를 주장하고 나섰다”며 “장관이 나서면 안된다”고 했다. 다른 검사도 “김 장관은 옛 공안 출신이라서 요즘 정서와 동떨어진 말을 많이 해 부담스럽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장관을 움직이는 또다른 힘’에 대해서는 말을 극도로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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