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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연

위험한 여성

Wed Jul 02 2008 04:13: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흔히 여성은 민족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한 손에는 총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아이를 안고 젖을 먹이는 베트콩 여전사의 모습. 이 여전사의 모습은 베트콩 병사들의 심금을 울리는 메타포로 작용하며 베트남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아이의 어머니도 저렇게 나라를 위해 싸우는데, 나라고는 못할소냐 하는 공통의 담론을 이끌며, 민족의 정체성을 고양하는데 일조했다. 비단 베트남 뿐 아니라 인도에서도 여성은 ‘문명의 수호자’로 불리며, 나아가서는 모국(Bharatmata)으로 표상되었고, 민족에게 정서적 일체감을 주었다. 터키의 사례에서도 어머니로서의 여성은 ‘토양’을 의미하며, 그들은 남성의 ‘씨’를 받아 민족을 만들어낸다. 이것은 영어의 모국(Motherland)을 의미하는 터키어 Anavatan(어머니땅)에 잘 드러나 있다. 인류학자 김광억에 따르면, 이러한 민족(주의)는 친족(모국)이나 고향과 같은 단어로 연결되면서, 민족이 된다는 것은 곧 젠더, 부모, 피부색 등 개인이 임의로 선택할 수 없는 필연적이며 주어지는 것임을 상상하게 만든다. 국가와 공동체를, 자신을 넘어서는 어머니로 일치시킴으로써 사람들은 국가를 지키고 심지어는 그것을 위하여 죽기까지 하는 이념적이고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베트남 전쟁 당시 단결된 베트콩 지역 사람들처럼, 위기에 처한 국가에 대한 민족 운동에서 여성은 전통적인 것을 철저히 지킴으로서 민족이 푸근히 안길 수 있는 어머니가 되도록 요구된다. 그러나 여성이 민족의 상징으로 사용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민족의 상징으로 표상된 여성은 민족의 범위에 속하지 못하며 ‘어머니로서의 여성’이 되기를 강요당했다. 이에 90년대 여성학자들은 민족과 젠더, 특히 민족과 여성의 길항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주목했다. 최정무 교수와 일레인 김이 엮은 <위험한 여성>(2001, 박은미 역, 삼인)은 이러한 여성학계의 흐름을 나타내는 대표 저서이다. 특히 이 책의 저자들은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재미교포들로 구성되어 있어, 이러한 길항관계가 나타나는 한국을 국외에서 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한편,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이를 알리고 있다. 특히 엮은이 최정무 교수의 <한국 민족주의와 성차별구조>는 이 책의 주제인 민족주의와 젠더를 잘 드러내고 있다. 그는 한국 민족주의와 여성운동의 방향을 정립한 두 동력을 일본 식민지 경험과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에 의한 국토분단에서 찾고 있다. 그는 30년대 쓰여진 이상의 「날개」와 60년대 남정현의 「분지」, 신동엽의 「풍경」등의 문학작품과 영화 「서편제」, 연극 「소리굿 아구」등을 통해 여성이 여성으로서 인정되기 보다는 민족의 어머니로 한정시킨 점이 있었다는 것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의 분석 작품이 너무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산만한 느낌을 받긴 하지만, 기존의 책들이 한국 민족주의가 젠더화된 원인으로 한국전쟁의 특수성, 즉 전쟁의 동원으로 남성 위주가 되었다는-과 일제식민주의만을 되짚었다면, 이 논문에서는 현재까지 내려오는 젠더화된 민족주의의 원류를 짚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또한 문승숙의 <민족공동체 만들기>와 캐서린 문의 <한미관계에서 기지촌 여성의 몸과 젠더화된 국가> 역시 여성을 ‘어머니’ 혹은 ‘모성’ 혹은 ‘육체’로만 규정해 놓는 국가, 그리고 민족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다. 영어로 쓴 이야기들을 한국어로 옮기다 보니 다소 거친 감이 있으나, 민족의 어머니로서 표상되는 여성을 다른 각도에서 보고 싶다면, 근대국가가 만든 여성의 이미지에 대해 궁금하다면, 이 책 <위험한 여성>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민초 4기 서울대 인류학과 l문경연 gangs3114@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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