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통신원

신영미

놀라운 '대중의 지혜'

Mon Jul 21 2008 23:42: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구성원은 비록 어리석어도 집단은 흔히 옳은 결정 내려 "선거 민주주의 신뢰할만" 용모가 출중하고 다재다능한 영국 신사 프랜시스 골턴은 교배기술로 동식물의 품종을 개량하는 것처럼 우수한 인종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주장하여 우생학의 아버지라 불린다. 1907년 85세에도 지적 호기심을 주체 못한 골턴은 우연히 소의 무게를 맞히는 사람에게 상금을 주는 대회를 구경했다. 내기에 참가한 800명은 대부분 소에 관한 지식이 전혀 없었다. 골턴은 대중의 어리석음을 입증하고 싶어 참가자들이 써낸 추정치의 평균값을 뽑아보았다. 소 무게의 평균값은 1197파운드로 나왔다. 참가자들이 소를 잘 모르기 때문에 실제 무게와 크게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 골턴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의 무게는 측정 결과 1198파운드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해 3월 '네이처'에 '여론(vox populi)'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논문에서 골턴은 군중의 판단이 완벽했음을 인정하면서, 선거에서도 유권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것이므로 "민주주의도 생각한 것보다 신뢰할 만한 구석이 있다"고 썼다. 골턴의 사례는 어떤 상황에서 집단 구성원이 특별히 박식하거나 합리적이지 않더라도 집단 전체가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미국 경영 칼럼니스트 제임스 서로위키는 이러한 집단의 지적 능력을 '대중의 지혜(wisdom-of-crowds)'라고 명명하고, 2004년 5월 펴낸 같은 제목의 저서에서 군중의 어리석음과 광기를 경멸하는 견해에 도전하는 논리를 펼쳤다. 집단을 비하한 발언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가령 철학자 니체는 "광기 어린 개인은 드물지만 집단에는 그런 분위기가 항상 존재한다"고 말했으며, 사회학자 구스타프 르봉은 "집단은 높은 지능이 필요한 행동을 할 수 없으며, 소수 엘리트보다 언제나 열등하다"고 비웃었다. 하지만 서로위키는 대중의 지혜 효과가 여러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주식시장이 큰 탈 없이 작동하다가 가끔 엉망이 되고, 새벽에 동네 편의점에 가서 항상 우유를 살 수 있는 이유도 대중의 지혜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요컨대 전문가 말만 듣지 말고 대중에게 답을 물어보는 것이 현명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대중의 지혜 효과가 개인에서도 발생한다는 연구결과가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 7월호에 발표되었다.미국 MIT 인지과학자 에드워드 벌과 캘리포니아대 심리학자 해럴드 패슐러는 428명에게 "미국에는 세계 공항의 몇%가 있는가"와 같은 질문 8개를 주고 그 대답의 정확성을 분석했다. 실험대상자는 같은 질문에 대해 두 차례씩 답을 하도록 했다. 대상자 절반에게는 첫 번째 답안지를 작성한 직후 예고 없이 두 번째 답안지를 내도록 했으며 나머지 절반으로부터는 3주 뒤에 답을 받아냈다. 벌과 패슐러는 두 경우 모두 두 차례 답의 평균이 첫 번째나 두 번째 답보다 더 우수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사람이 똑같은 문제에 대해 두 번 지레짐작할 때 두 번째가 첫 번째보다 정확하지 못해 그 평균의 정확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기존 통념과 다른 결과이다. 이러한 현상은 정확한 답을 모르는 질문에 대해 여러 차례 지레짐작하는 동안 뇌 안에서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마치 군중처럼 작용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여겨진다. -조선일보 7.19. [이인식의 멋진 과학]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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