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통신원

신영미

‘주권보장이냐 인도적 개입이냐’ 국제사회 고심

Thu Jul 03 2008 00:17: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미얀마·짐바브웨 등 ‘개입 거부’… 논쟁 수면위로‘개입기준’ 국제적 합의 어려워 유엔 역할 커질 듯 짐바브웨와 미얀마 사태 등 최근 독재 정권의 실정에 기인한 비인도적 사태가 잇따르면서 국제사회가 다시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 이른바 ‘실패한 국가’에 대한 개입과 주권 보장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이다.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은 야당 후보가 외국 대사관으로 피신한 가운데 ‘눈 가리고 아웅’식 결선 투표를 강행해, 29일 다시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가난과 수만%에 이르는 물가상승률 탓에 굶어죽는 국민도, 결선 투표를 연기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력도 무시했다. 지난 5월 미얀마를 덮친 사이클론 재난 때 국제사회의 고민은 더욱 컸다. 수만명이 죽어가고 1분1초가 아까웠지만, 군사 정권은 3주 가까이 국제사회의 지원을 거부했다. 신성불가침의 주권을 존중하고 개입하면 안 되는 것일까? 인권을 지키는 것은 국제사회의 책임이니 강제로라도 개입해야 옳을까? 주권 보장과 개입의 문제는 해묵은 딜레마다. 무엇보다 국제사회의 개입을 1648년 베스트팔렌조약 이후 확립된 국제 질서의 핵심, 곧 주권에 대한 침해로 여기는 거부감이 크다. 식민 지배를 당한 아프리카나 아시아 국가들의 거부감이 큰 것은 당연하다. 제2차 세계대전 뒤 평화와 안보를 위해 설립된 유엔도 주권을 강조한다. 유엔헌장 2조7항은 “본질적으로 개별 국가의 국내 사법권에 포함되는 문제에 유엔이 개입하도록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인권유린, 기아, 내전 등으로 개입이 거론되는 상당수 국가는 정권 그 자체가 원인이다. 이 때문에 인권을 신성불가침한 주권에서 분리하고, 주권보다 우위에 둬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2005년 9월에는 유엔에서 만장일치로 ‘보호책임’(R2P·Responsibility to Protect) 원칙이 채택됐다.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비인도적 범죄를 해당 국가가 명백히 보호하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가 보호할 공동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주권을 침해하는 ‘개입’이 아니라, 인권을 지키는 국제사회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적 석학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2005년 펴낸 책 <강한 국가의 조건>(State Building)에서 방법과 절차가 신중해야 한다는 전제로, “독재자는 더 이상 ‘국가 주권’의 원칙 뒤에 숨을 수 없으며, 세계 열강은 인권보호와 민주적 정통성 확보를 위해 내정 간섭의 권리뿐 아니라 의무까지 갖게 됐다”고 주장했다. 유엔헌장은 주권도 강조하지만, 7장에서는 평화와 안보가 위협받으면 무력 개입까지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개입의 기준이다.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냉혹한 국제 무대에서 합의는 쉽지 않다. 미얀마 사이클론 재난 때 이재민 방치를 비인도적 범죄로, 향후 세계 평화를 위협할 요소로 간주해 강제로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셌다. 반면, 러시아와 중국 등은 자연재난이라며 반대했다. 또 유엔에서 비난 성명이나 결의안 등이 채택되더라도, 실질적 효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53개국 연합체인 아프리카연합(AU)이 1일 짐바브웨에 연립정부 구성을 촉구했지만,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한계가 분명하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국제사회의 개입은 유엔을 통하는 방식이다. 2002년 운영을 시작한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대량학살 등 반인도적 범죄를 처벌할 수 있게 된 것도 진전이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가간의 정치·경제적 관계가 중요해지는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인도주의라는 보편적 가치를 내세운 국제사회의 영향력은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한겨레신문 7.3. ‘그때그때 다른’ 국제사회 개입 르완다·보스니아 등 전략적 판단 따라 달라져 국제사회는 ‘인도주의적 개입’이라는 하나의 기준을 내세운다. 하지만 전략적 이해 관계에 따라 개입 여부와 속도, 정도는 서로 다른 ‘이중 잣대’를 써왔다. 1994년 르완다 대량학살 때 수십만명이 숨진 뒤에야 국제사회는 개입했다. 1992∼95년 보스니아 내전 때도 10만명이 목숨을 잃는 유혈 분쟁을 막지 못했다. ‘보호책임’ 원칙이 마련된 배경이기도 하다. 2005년 카슈미르 지진 때는 인도가 지원을 거부했다. 신흥 강국의 자존심으로 해석됐다. 지난 3월 티베트 사태 때는 “국내 문제”라는 중국에 막혀, 실질적 조처를 취하지 못했다. 무력 개입을 한 경우도 많다. 유엔은 1948년 창설 이후, 63건의 평화유지활동(PKO)을 벌였다. 5월 말 현재, 콩고민주공화국 등 전 세계 17곳에서 군·경 8만7988명 등 10만7581명이 참여하고 있다. 1999년에는 코소보 알바니아계 1만명이 학살당하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공습해 학살을 중단시켰다. 이라크 침략은 잘못된 개입 사례로 꼽힌다. 미국은 유엔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라크를 침략해, 또다른 재앙을 불러왔다. ‘국제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은 국제 사회의 인도주의적 개입에도 부정적 인상을 덧씌웠다. 반면, 지난 2월 케냐의 권력 분점은 주변국 등이 적극 개입해 유혈 분쟁을 끝낸 성공 사례다. 박흥순 선문대 국제학부 교수는 “인종학살 등 심각한 인권침해는 단결이 가능하지만, 정치적으로 예민한 문제는 강대국 중심의 국제사회에서 객관적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겨레신문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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