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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원

이명박 당선자와 시장원리

Mon Dec 24 2007 11:26: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이명박 당선자와 시장원리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자가 12월 19일 대선을 통해 대통령 당선자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논란이 있었고, 아직도 BBK 관련 여진이 남아있어 불확실성이 남아있긴 하지만 정권의 인수인계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노무현 정권과 새로 들어설 이명박 정권의 가장 큰 차이는 아마도 시장에 대한 인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노무현 정권은 시장에 대한 믿음이 그리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이명박 정권은 처음부터 시장원리를 곳곳에 도입할 것임을 시사해왔습니다. 다들 경제성장 해보자, 비리가 있는 사람이라도 먹고 사는 문제를 더 우선으로 해보자, 라는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에 이명박 당선자를 뽑아 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캐치 프레이즈도 그에 부흥하려는 듯 “경제, 꼭 살리겠습니다.”라고 내걸고 있었습니다. 경제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사회에 시장원리를 확산시키겠다는 주장에 대해서 저는 아무런 반감은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주의해서 살펴볼 것은 시장원리라는 미명하에 수많은 경쟁제한적 정책들(한마디로 반시장적 정책이겠죠)이나 경기부양책을 사용하지는 않을까하는 우려입니다. 사실 시장원리라는 것은 일반사람들의 상식과 상통하는 면이 많은 규범입니다. 예를 들어, 재화나 서비스 시장 혹은 노동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 자체를 들 수 있습니다. 즉, 재화나 서비스 시장에서 시장원리대로 거래를 하자는 것은, 소비자는 재화나 서비스를 1단위 구입하면서 생산자가 사회에 한 공헌한 만큼(소비자가 재화를 구입함으로써 얻는 효용) 보상을 해주는 것이고, 생산자는 재화나 서비스를 판매하면서 자신이 사회에 한 공헌(시장가격)만큼 보상을 받는 것입니다. 다른 예로 노동시장에서 노사간에 일어나는 거래도 들 수 있습니다. 노동자는 생산에 기여한 만큼 임금을 지불받는 것(시장가격)이 가장 합당한 것이 되고, 고용주는 마찬가지로 노동자를 고용함으로써 얻는 수익과 지불해야 할 임금이 일치되는 수준까지 노동자를 고용하게 됩니다.이를 종합하면 모두가 사회에 기여한 만큼 보상을 받는 것이 바로 경제학에서 말하는 시장원리라는 것입니다. 이 시장원리가 판타스틱한 것은 이기적인 인간들이 모여서 시장가격이 형성되고 그 가격에 따라 거래가 될 때 사회는 최적의 상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여기엔 몇 가지 조건들이 따릅니다. 시장에 참여자가 많아야 하고, 거래하는 데 드는 비용이 없어야 하고, 생산자와 수요자가 시장에 대한 정보를 완전히 알고 있어야 하는 등 꽤 많은 조건이 갖추어져야 합니다. 따라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때는 최대한 완전경쟁시장을 만드는 쪽으로 개입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당선자가 내 놓은 공약 중 일부는 완전경쟁시장을 추구하는 정책과는 약간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흔히들 하는 오해가 기업을 자유롭게 내버려두는 것이 시장원리를 따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데, 재벌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너무도 명백하게 시장원리에 역행하는 공약입니다. “규제를 푼다.”라는 말은 언뜻 보기엔 보다 시장을 경쟁적으로 만드는 것처럼 보이는 말이지만, 우리나라 언론에서 주로 이야기하는 규제를 푼다라는 말은 보통 대기업에 대한 규제, 부동산 투기에 대한 규제, 환경 규제 등을 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불필요한 규제는 철폐하는 것이 너무나 옳고, 전반적으로 기업에 대한 규제는 계속 풀어나가는 것이 맞습니다. 지금도 불필요한 규제가 많은 것도 사실이고, 행정적인 처리 때문에 기업이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많습니다. 재벌에 대한 규제 완화로 이명박 당선자가 제시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것은 금산분리원칙와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폐지 혹은 완화입니다. 금산분리원칙은 금융을 산업자본이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인데, 산업자본이 금융을 지배할 때의 폐해는 최근 삼성의 차명계좌 사건에서도 명백히 드러납니다. 산업자본이 금융을 지배하게 된다면, 금융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습니다. 금융을 소유하고 있는 산업자본에 동원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지요. 금융기관이 대출을 해줄 때 기업에 대해 엄격한 심사를 거쳐서 대출을 해줘야 가장 투자 수익이 높고, 따라서 보다 많은 돈을 대출받아야 하는 기업에게 시중의 돈이 공급될 수가 있습니다. 자본시장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돈이 적절하게 수익성이 높은 쪽으로 배분이 되도록 해주기 때문인데요, 초기 상태에서 능력이 있지만 자본금이 부족한 가난한 사람이 대출을 받아 사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는 또한 그동안 힘겹게 해오던 대기업 집중 완화와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목표에 반하는 것입니다. 라디오에서 들은 바로는 이명박 당선자 측은 “중소기업의 경우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은행을 소유하거나 설립할 수 있기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자본금 조달의 양극화와 관련된 문제는 없을 것이다.”라고 변명을 합니다. 하지만 요새 문제가 되고 있는 대형 유통업체(예컨대 E마트)와 중소제조기업들과의 불공정한 거래관계를 살펴보면, 제조기업들이 연합해서 대형유통업체에게 대응을 하면 뭔가 불공정한 거래를 줄일 수 있을 것도 같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계속해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중소기업들이 연합해서 뭔가 한 가지 목표를 갖고 움직이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 다른 문제로 출자총액제한제도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을 막기 위해서 등장한 제도로 대규모 기업집단이 순자산액의 25%를 초과해서 출자를 할 수 없도록 한 제도입니다. 출자총액제한제도의 가장 큰 목표는 기업간 순환출자의 금지입니다. 순환출자는 기업 세 개가 서로를 지배하는 것이고, 상호출자는 기업 둘이서 서로를 지배하는 관계입니다. 쉬운 예로 상호출자를 들자면, 예컨대 S기업이 대주주 ㄱ씨의 자본금 30억, 다른 주주들 자본금 70억을 합해 총 100억의 자본금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봅시다. S기업은 자본금 50억을 출자해 다른 주주들 돈 50억을 합해 자본금 100억의 B기업을 만듭니다. S는 B기업의 50%를 일단 소유하게 됩니다. 이 때 S가 50억을 유상증자(기업이 주식을 더 발행하여 부채를 갚거나 시설투자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자본금을 유치하는 것을 말합니다.)하고, B는 총 자본금 100억 중 50억을 갖고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S기업의 유상증자분을 전부 매입합니다. 그러면 S기업의 자본금은 150억이 되고, B는 결과적으로 S를 1/3소유하게 되어 S와 B는 서로를 지배하는 관계가 됩니다. 정리해보면, S기업은 B기업을 완전히 소유하고 있고(B의 50%를 갖고 있으므로), B기업은 S기업을 1/3 소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ㄱ씨는 S기업을 50%넘게 소유하게 됩니다(53.333%). S가 B를 완전히 지배하고, B는 S를 33.3% 갖고 있으므로, ㄱ씨는 50%이상의 소유권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단돈 30억으로 50억 이상 있어야 절반이상의 지분을 소유할 수 있는 S를 소유하게 된 것입니다. 이에 따라 S의 출자에 참여했던 70억의 주인들은 S기업에 대해 아무런 힘을 못 쓰게 됩니다. 이 짓을 기업 세 개 혹은 세 개 이상이 하게 되면 순환출자가 되는 것이고, 우리나라 대규모 기업집단 중 재벌이라고 불리는 대부분의 세력들은 이런 복잡한 순환출자를 통해서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순환출자가 문제가 되는 것은 예컨대 대주주인 ㄱ씨가 비자금을 만들고, 그 비자금으로 ㄱ씨의 부인이 1천억대의 미술품을 구입하더라도 아무도 제지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혹자는 적대적 M&A로 인해서 경영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곤 하지만, 적대적 M&A가 꼭 나쁜 것은 아닙니다. 기존 경영자들이 정신 바짝 차리고 경영을 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해서 기업의 경영 성과향상에 더 열을 올릴 수밖에 없도록 합니다. 사실 경영권이 뺏길 것 같은 위험이 있는 상태에서 회사의 더 많은 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비자금을 만드는 일은 일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적대적 M&A의 폐해와 관련해서는 다른 방식으로 외국자본에 대해 규제를 실시해야 맞을 것입니다. 한편, 거시경제적으로도 시장원리에 역행하는 정책이 선보일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바로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을 쓰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대표적인 경기부양책은 국민의 정부 시절 카드 남발 정책(?)을 들 수 있습니다. 경제성장률은 높아졌지만, 사실 참여정부가 경제와 관련해 들었던 대부분의 욕은 대부분 이전 정권의 업보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을 만큼 뒷수습이 많이 힘들어졌습니다.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을 쓴 이후에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가계부채율 증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입니다. 제가 들었던 학교 수업에서도 거시경제를 전공하시는 어느 교수님께서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유일한 실책은 절대로 오를 수밖에 없었던 집값을 ‘잡겠다’라고 말한 것이 가장 큰 실책이다.”라고까지 말씀하십니다. 경기부양책에 더해 수출호조로 소비로 들어가지 않은 돈이 죄다 부동산시장에 들어간 상태에서는 억지로 끌어내린다고 해서 집값이 내려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정권은 임기 내에 “겉으로” 활기차고 성장하는 경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기 때문에 가뜩이나 경제를 이슈로 들고 나온 차기 정부는 그런 유혹을 피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실 거시 경제정책이라는 것은 잠재성장률만큼 경제 성장이 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추세보다 성장률이 높으면 과열이고, 추세보다 성장률이 낮으면 불황이라고 부릅니다. 과열도 좋지 않고, 불황도 좋지 않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현재 한국경제는 그나마 안정적으로 성장을 계속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http://blog.daum.net/hamsatam/11817297 / 원자료: 한국은행(2005), 세계 속의 한국경제 2006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5.0%이고, 2007년은 한국은행 예상으로 4.8%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 전망치를 두고 한국 경제가 다시 하향추세다 뭐다, 하는 신문기자들도 많고 이명박 지지자들은 겨우 4%대의 저성장이라고 욕을 하지만 사실 현재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4%대 후반으로 보고 있습니다. 잠재성장률을 올릴 수 있도록 기술투자나 지식기반산업의 육성 등에 초점을 맞춘다면 안정적인 경제성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은행에 압력을 넣어 콜금리를 인하시키도록 한다든지, 통화량을 늘리게 한다든지 하는 방식을 사용할 기미가 보인다면 이명박 당선자 임기 내에는 분명 경제성장률이 자신들이 말하는 7%까지 가능은 하겠지만, 그 뒷감당은 차기 대권을 쥐는 이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말 것입니다. <그림> 한국의 경제성장률과 추세 원자료: 한국은행 지금까지 이명박 당선자가 정권을 잡은 후 경제의 미시적 거시적 측면에서 눈여겨 볼만한 것 몇 가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만, 우리를 허탈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 시장원리에 따라서 경제정책을 수행하는 것이 꼭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시장원리와는 거리가 멀었던 일종의 관치경제라고 볼 수 있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 시절에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았던 것을 보면, 시장원리가 잘 작동 안 한다고 해서 경제가 성장을 못하고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따라서 “경제, 꼭 살리겠습니다.”라는 구호를 외치는 것과 시장원리를 곳곳에 도입하는 것은 꼭 같은 말이 아니라고도 볼 수 있겠죠. 한 가지 더 허탈한 사실은 경제지표가 우리 국민들의 생활상을 반영하진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래도 우리나라 거시경제 쪽에 대해서는 제일 박식한 사람들이 있는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금 현실은 경제지표상으로는 다 괜찮은데 국민들은 살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하고, 눈에 드러나는 실책은 부동산 가격 상승정도밖에 없는데도 언론 보도를 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소리를 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보통은 기득권을 대변하는 언론의 세태보도가 국민들의 기를 죽여 놓아서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소비도 위축되고, 그로부터 이런 저런 일들이 파생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은 합니다. 사실 이명박 당선자에 대한 지지를 척도로 했을 때, 참여정부에 대한 반감이 가장 심했던 것은 먹고 살기 힘든 동네의 사람들보다는 부자동네의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건 아무런 물증이 없는 제 개인적인 추측일 따름입니다. 다시 돌아와서, 그렇다면 시장원리 얘기는 왜 했냐,.. 이도저도 아닌데... 라고 물어보면 할 말은 있습니다. 일단 미시경제적 측면에서는 시장원리는 경제적 관계에 있어서 일종의 윤리적 규범으로 생각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사회에 기여한 만큼 보상을 받는 것”이 경제에 있어서는 가장 윤리적인 원칙일 것입니다(흔히 알려진 바대로 노동자를 착취하고 재벌의 이익만을 옹호하는 등의 행태는 시장원리를 따른 정책이 절대 아닙니다.). 거시경제적 측면에서는, 사실 거시경제는 경험적 사실에 기초한 경제이론이기 때문에 엄밀하게 어떤 정책이 확실히 옳고, 확실히 나쁘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거시경제에 보편적인 시장원리라는 것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제가 앞서 이야기했던 것은 교과서에 적힌 가이드라인일 뿐입니다. 다만, 역사 속에서 일어났던 경험적인 증거들을 종합해봤을 때, 교과서적인 기본 원칙에 충실하지 않으면 잘못될 확률이 보다 높기 때문에, 적어도 기본 원칙은 지키는 것이 조금이나마 더 좋은 상황으로 우리를 이끌 확률이 높아질 것입니다. 서울대 경제학부 5기 l 오경원 mmmnya21c골뱅이한메일쩜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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