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생 해외통신

스웨덴에서 보내는 편지

고경환

스웨덴에서 보내는 편지 민초가족여러분께 안녕하세요? 3기 최평순입니다. 어느덧 해가 바뀌었군요. 한국도 많이 춥겠네요. 그러나 '북유럽' 이 말을 들으면 왠지 한국보다 훨씬 추울 것 같지 않습니까? 저는 현재 스웨덴의 Uppsala 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와있습니다. 1년과정으로 와있는데 어느덧 한학기가 끝나서 스스로 중간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웁살라 대학교 전경)(웁살라 전경) 왜 스웨덴이냐? 많은 사람들이 제가 스웨덴에서 공부한다고 말하면 왜 스웨덴이냐고 물어봅니다. 우리나라 국민에게 스웨덴은 크게 친숙하지 않은 국가이기 때문이겠지요. '추운 나라', '스칸디나비아반도', '북유럽의 축구강호', '복지국가', 이 정도가 스웨덴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떠올리는 이미지이죠. 스웨덴을 선택한 것은 교환학생이라는 소중한 기회를 유학의 주류라는 미국/영국을 벗어난 색다른 곳에서 공부를 해서 스스로를 차별화하고 싶은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평소 스웨덴이라는 국가이미지가 좋기도 했고, 언론학과 더불어 정치외교학을 공부를 하게되면서 알면 알수록 스웨덴의 선진화된 정치/사회 시스템이 부러웠고 그렇기 때문에 직접 스웨덴에서 정치를 공부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스웨덴 웁살라 대학교를 알게 되었고, 550년 동안 노벨상 수상자 8명을 배출한 전통과 세계 100대 대학 순위에 꾸준히 오르는 명성, 그리고 전체 수업의 반 가량을 영어로 진행하는 시스템에 주저없이 웁살라 대학교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직접 경험해본 스웨덴은 말그대로 살기 좋은 선진국입니다. 복지국가시스템이 잘 발달돼 있습니다. 스웨덴은 과거 30년간 노동자를 대표하는 사회민주당이 선거를 통해 의회를 장기집권하며, 사회주의에서 빌려온 평등의 이념을 자본주의 하에서 가장 많이 실현한 복지국가모델의 대명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빈부격차가 적고, '무료교육', '무상의료' 같이 우리나라에서 들어만 본 단어들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는 곳입니다. 이렇게 제도가 다르다보니 스웨덴 사람들의 생각하는 방식도 우리와 다른 것이 사실입니다.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제도가 달라졌다고 볼 수도 있겠죠) 일례로, 친한 친구와 같이 보호장구없이 아이스하키를 하다가 친구가 빙판에 넘어져 머리를 부딪친 적이 있었습니다. 충격이 상당해서 넘어진 친구가 정신을 차리는데 꽤 시간이 걸렸는데, 같이 운동하던 스웨덴 친구가 병원에 전화해서 증상을 설명하더니 '아무리 괜찮다고 생각이 들어도 일단 병원에 가서 확실하게 확인하는게 낫다'는 의사의 의견을 이야기하며, 괜찮다는 제 친구를 거의 반강제로 병원에 데려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정도 아프거나 다쳐도 상태가 심각하지 않으면 병원을 가지 않는 경향이 있죠. '참으면 낫는다' 이런 생각도 있고, 비싼 의료비와 약값, 또한 병원이나 약국에 대한 불신이 그런 경향을 만듭니다. 그러나 이 곳에서는 아프면 당연히 병원을 갑니다. '돈'에 기반한 의료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병원과 약국을 신뢰하는 것은 당연해 보였습니다. 또한 무료교육이기 때문에 저와 같이 공부하는 웁살라 대학교 학생들은 등록금을 내지 않습니다. 아 참, 아직 이 말을 하지 않았군요. 처음 이 곳에 와서 한달간 스웨덴어를 배우기는 했지만, 전 사실상 스웨덴어를 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로만 지금까지 지내왔는데, 생활하는데 불편한 점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웨덴어를 배우기 힘들다고 핑계처럼 주장하기도 합니다만) 그만큼 스웨덴 사람들이 영어를 잘 한다는 말인데 실제로 그렇습니다. 학생은 물론이고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수준급의 영어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경쟁에 기반한 영어교육이 아니라 평등에 기반한, 동시에 양질을 유지하는 공교육의 성과라고 많이들 이야기합니다. 학업 웁살라대학교의 학제는 특이합니다. 우리나라처럼 한학기에 걸쳐 여러과목을 듣는 것이 아니라 마치 계절학기처럼 한달에 한과목씩 네달간 네과목을 듣는 시스템입니다. 저는 지난 학기에 정치외교학 세과목과 신문방송학 한과목을 들었습니다. 수업시간은 한국에서 공부할 때와 비교해 적지만 숙제와 세미나가 빡빡해서 매주 전공서적 한, 두 권은 읽어야 하니 생각보다 할게 많더군요. 정외과 과목에서는 Comparative Welfare States 수업이 재미있었습니다. 세계 각국의 복지시스템을 비교해서 공부하는 거였는데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국가군, 독일과 프랑스로 대표되는 서유럽국가군, 미국과 영국으로 말할 수 있는 영미권국가군의 복지시스템이 어떻게 다른지와 그 배경, 장단점 등을 배우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한학기에 걸쳐 이 수업, 저 수업을 들으면서 '이민'이라는 키워드가 유럽에서는 얼마나 중요한 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EU라는 이름아래 유럽통합이 이뤄지면서 국가간의 벽이 허물어지고 그로인해 이민정책의 중요성도 자연스럽게 증가됐는데 그래서인지 관련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교수님들께서 수업을 입체적으로 구성하려고 많이 노력하는지 강의실을 벗어나 수업을 들을 기회도 종종 생깁니다. 유럽비교정치 수업에서는 스웨덴 국회의사당을 방문해 녹색당 당수를 만나 토론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미디어발달 수업에서는 MTV 북유럽 본부를 방문해 홍보담당자로부터 MTV가 어떻게 세계화와 현지화를 동시에 추구하는지 배운 적도 있습니다. (국회의사당에서 토론 수업)(북유럽 MTV 방문) 기숙사 생활 저는 교환학생만 사는 기숙사에 살고 있습니다. 총 28명이 함께 사는데 독일인 7명, 스페인인 7명, 프랑스인 6명, 한국인 2명, 이탈리아인 2명, 오스트리아인 1명, 영국인 1명, 핀란드인 1명, 벨기에인 1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부엌과 데이룸을 28명 전체가 같이 쓰다보니 자연스레 친해졌습니다. 다들 27명의 친한 친구를 가지고 있는 셈이지요. 스웨덴의 이웃나라인 핀란드나 발틱 3국으로 페리여행을 가기도 하고 매주 월요일 밤에는 실내축구를 같이 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독일친구들과 매일같이 근처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기 때문에 땀을 같이 흘리며 우정이 무르익었습니다. 저는 1년과정으로 와 있지만 한학기 과정으로 온 친구들과는 이제 곧 헤어져야 하는데 정말이지 많이 아쉬울 것 같습니다. 학업이외의 것 일년이라는 유학생활에서 공부와 그 이외의 것의 균형을 맞추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몇 개월 지내보니 제법 생활패턴이 고정됐습니다. 만나는 사람도 한정되고 여가시간에 하는 일들도 슬슬 똑같아지려고 하길래 이 생활반경안에 갇히지 않으려고 이것저것 새로운 것을 많이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아이스하키를 시작했습니다. 북유럽이라서 그런지, 기숙사 앞에 실외 아이스하키장이 두 개가 있는데 이 중 하나를 시민들에게 무료개방을 합니다. 그래서 스틱과 스케이트 그리고 퍽을 사서 기회가 될 때마다 아이스하키장에 가서 친구들과 함께 놀다오곤 합니다. 사실 아직은 스케이트에 미숙해 아이스하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스케이트를 배우는 수준이지만 무언가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은 항상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지난 10월에는 웁살라 국제 단편영화제가 열렸습니다. 출품된 3000여편의 작품 중 엄선된 100여편의 작품을 일주일간 상영했는데 저는 자원봉사자로서 티켓판매와 극장관리를 했습니다. 극장관리는 극장 상영 전에 관객 입장, 관객 수 카운트, 실내조명, 상영중 관객입장 통제, 상영 후 관객 퇴실 보조를 담당하는데, 딱히 별로 할 일이 없어 자원봉사자끼리 돌아가면서 영화를 반 정도 감상할 수 있어 많은 영화를 봤습니다. 티켓판매가 오히려 더 '자원봉사' 같았는데, 같이 티켓판매를 한 자원봉사자와 친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쉴새없이 밀려오는 스웨덴 관객들을 접하는게 재밌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실험적인 영화의 독특한 소재와 구성, 그리고 영화제 운영전반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영감을 받아 영화제 자원봉사 경험이 좋은 추억이 됐습니다. (웁살라 단편영화제에서) (기숙사 친구들과 크리스마스 파티) 저는 이렇게 유학생활의 반을 보냈습니다. 이제 나머지 반을 보낼 차례네요. 소중한 기회를 알차게 살릴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민초가족여러분께서도 2008년에 하는 일 모두 건승하길 빌겠습니다. 그럼 Hejdo! (헤어질때 하는 스웨덴 말) 최평순(3기 고려대 언론)lpuresoul02@naver.com

Mon Dec 31 2007 13:05: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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