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통신원

신영미

비정규직의 정규직 대체 한국만의 특수한 현상

Wed Oct 31 2007 09:58: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비정규직의 정규직 대체 한국만의 특수한 현상 외국 ‘실업 대책 일환’…정규직 보완형한국 ‘인건비 절감 차원’ 근로빈민 양산 임금과 근로조건의 차별, 사회보장의 배제, 고용 불안정과 격렬하고 장기적인 노동쟁의가 특징인 ‘비정규 현상’이 한국사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올해 터져나온 이랜드나 코스콤 사태도 분명 그 연장선에 있다. 전일제 장기고용의 ‘정규근로 관행’이 무너지면서 파트타임·단기고용 등 비정규 노동이 확산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탄력적 노동방식’을 금지하거나 비난해왔던 국제노동기구(ILO)가 근래에는 ‘불안정 고용’을 보호하는 쪽으로 한 발 물러서는 이유도 이런 현실의 반영이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비정규 현상’은 유독 두드러진다. 이유는 뭘까?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의 비정규직 비중은 35.5%(545만7천명, 정부 발표)~55%(845만명, 노동계 발표)다. 정부 발표를 따르더라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견줘 높다. 하지만 나라마다 비정규직 개념이나 정의가 다르고 규모산출방식 역시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규모만으로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원인은 특수한 한국의 비정규직 형성 과정에서 찾아야 한다. 유럽에선 비정규직 증가가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주려는 실업대책에 기인한다. 10%대에 육박하는 실업률을 겪던 유럽에선 근로유인을 높이고 실업률을 축소하려면 급여나 사회보장 혜택이 실업 때보다 큰,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임금 및 근로조건의 차별은 엄격하게 규제된다. 반면 한국에선 비정규직이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효율성 확보와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이뤄지며 양산됐다. 이 때문에 임금이나 근로조건에 대한 보호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그 결과, 비정규직 증가는 곧바로 근로빈민의 증가로 이어졌다. 현재 월 100만원 미만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의 63.1%가 비정규직이며, 비정규직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38.8%에 지나지 않는다. 또 오이시디 국가의 비정규직 대부분이 파트타이머라 불리는 단시간 근로형태이며 여성에서 주로 발견되지만, 한국의 비정규직은 전일제 근로이며 남녀 모두에서 발견되고 간접고용의 비중 역시 크다. 곧 외국의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일자리는 그대로 놓아두고 새 일자리 창출을 꾀하는 ‘정규직 보완형’이라면, 한국의 비정규직은 정규직 일자리까지 무너뜨리는 ‘정규직 대체형’이다. 가족 중 한 사람의 일자리도 보장받을 수 없어 비정규직이 된다는 것은 가족붕괴를 의미할 가능성이 크고, 사회적 동의를 받기도 어렵다. 우리 사회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벌써 건넜을 수도 있다. 사람 자르기를 마지막 선택으로 보는 규범이나 예의를 이미 잊어버렸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책이자 해야할 당위는 ‘사회적 합의’ 또는 그 어떤 이름으로든 노사와 시민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는 것일 것이다. 은수미/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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