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맛보기

나노, 무엇일까?

염지연

나노, 무엇일까? 지금까지 ‘나노’란 말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차세대를 이끌어 갈 신기술로 흔히들 BT(Bio Technology), IT(Information Technology), NT(Nano Technology), ST(Space Technology)를 꼽는데, 이들 중 NT가 바로 나노기술을 말한다. 그런데, 우리가 나노라는 말을 과학기술 분야에서만 들었던가? 아니다. 슈퍼마켓에는 ‘나노치료 삼푸’도 있고, ‘우리나라 대표 세탁기’는 은나노 기술을 사용한다고 말한다. 아마도 나노를 쓰면 머릿결도 좋아지고, 빨래도 정말 삶아 빤 듯 깨끗해지나 보다. 과연 나노는 만병통치약이 아닌가! 광고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되겠지만, 나노가 우리 생활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는 만능테크놀로지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럼, 이번에는, 과연 나노가 무엇인지, 어디 가서 ‘나노’ 모르는 무식한사람이라는 말 듣지 않을 정도로만 알아보자. 머리 아픈 설명은 늘 흥미를 잃게 만드니까... ‘나노’라는 단어는 희랍어 nanos(난쟁이)로부터 유래되었다. 나노(nano)는 ‘10억분의 1’을 가리키는 말이다. 즉, 1 나노미터(nm)는 10억분의 1m이다. 나노의 세계는 눈에 보이고, 보이지 않고의 차원이 아니다. 우리가 화학시간에 배웠던 ‘분자’의 크기, 그것도 좀 작은 편에 속하는 분자의 크기가 1 나노미터 정도 될 것이고, 머리카락 두께의 10만분의 1이 1나노미터가 될 것이다. 얼마나 작은 세계를 가리키는 말인지 실감이 좀 가시는지...? 그리고 이러한 작은 크기의 물체를 인간이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고, 움직이려는 시도가 바로 나노기술이다. 그렇다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물체를 인간이 제어할 수 있다고 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인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분야에서,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것을 얻게 될 것이라는 게 답이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추상적으로 들릴 지 모르지만, 정말 생각하기 나름이다. 나노 기술은 순수과학에서 출발했을 뿐이지만, 응용범위는 거의 무한하기 때문에 전 세계 과학기술 분야로부터 주목받게 되었다. 최신기술이라고 알고있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오래 전부터 ‘나노’라는 이름만 붙이지 않았을 뿐 연구는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미국, 유럽은 물론이고, 가까운 일본도 나노를 국가 차원에서 지원한 게 벌써 13년이 넘었다. 이제 나노기술의 상업적 응용도 시작되었으니, 곧 나노기술의 혜택을 컴퓨터 기술의 그것처럼 누리게 될 날도 멀지 않았다. 5년 후엔, 나노 시장규모가 8천억 달러정도 될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우리나라 휴대폰 시장 매출이 연 10조원에 정도 된다. 나노가 우리 생활 깊은 곳까지 들어온 시대를 상상해보자. 일상의 작은 부분에서부터 우리의 생활은 크게 달라져 있을 것이다. 나노 페인트로 색칠한 건물 벽에는 때가 끼지 않을 것이다. 모든 물체의 표면에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크기의 작은 틈이 있는데, 이 틈이 나노 만큼 작다면, 그야말로 먼지입자가 끼어들 틈이 없기 때문이다. 의학 치료방법도 간단해진다. 내시경 검사를 받아본 적이 있는가? 목구멍으로 호스가 들어가는 고통스러운 경험... 우리 상상속에는 그런 고통이 없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나노 내시경을 우리가 먹는 음식물에 마치 소금 간을 하듯 뿌려주기만 하면, 들어가서 우리 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몸 속 치료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나노 치료로봇은 아마도 의학 분야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해낼 것으로 보인다. 나노가 다른 분야의 첨단 기술과 결합하면 그야말로 괴력을 발휘하게 된다. 방금 말한 생명공학 분야에서는 이미 혁신이 시작되었고, 전자, 세라믹, 자동차, 항공기 등의 우주산업에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이며, 고효율 에너지 변환소자 개발은 에너지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다. 컴퓨터나 각종 휴대장치가 점점 작아지고 있는데, 나노 컴퓨터의 등장은 ‘핸드폰’이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만들 것이다. ‘핸드’안에 붙잡기에는 너무나 작은 전화기도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의 나노 기술 수준이 궁금할텐데,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나노 분야에서 그렇게 앞서있지 않다. 우리나라는 출발이 늦었던 만큼, 그동안 원천기술을 연구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실용화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우리의 기술개발 환경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방식이 합리적이지만, 나노기술의 응용주기는 무척이나 짧기 때문에 근본이 되는 기술을 발전시켜야만 국제적인 경쟁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미국이 가장 앞서있다고 하는데, 그 것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우선은, 단일 연구실의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는데다가, 연구소끼리의 협력도 무척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사람들의 인식이다. 아는 사람들만 아는 이야기지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어느 의회에서 ‘나노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 적이 있고, 9.11 테러는 보다 획기적인 국방기술을 필요로 하게 된 미국을 나노기술의 최강자로 만들어놓았다. 물론 그 전부터 산학연의 연계 연구가 진행되었지만, 정치적으로도 과학기술의 발전을 적극 장려하는 그들의 인식이, 나노기술은 물론이고 거의 모든 분야의 과학기술을 꽉 잡고 있는 미국을 탄생시키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도 “이번에 KIST 나노소자 연구소를 다녀왔습니다. 순수학문으로써의 나노연구를 좀더 활성화시켜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라고 조심스러운제안을 할수 있는 정치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툭하면, “모릅니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국민여러분께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하는, 건망증 심하고 무능한 정치인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엔 과학기술을 확실히 파악하고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여러분은 얼마나 나노에 관심이 있었는가? 얼마나 과학기술에 대한 정확한 눈을 가지고 있고, 또 얼마나 알고 있는가? 지도자가 되고자 한다면 마땅히 과학기술을 바라보는 남다른 식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이 나라의 모든 분야를 정확히 꿰뚫어보고 민첩하게 판단할 줄 아는 능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 거기에 과학기술은 빠질 수 없는 부분이고, 앞으로는 더욱 그러하다. 그렇다고 실험실에 틀어박혀서 연구 경험을 쌓아보라는 뜻은 아니고, 이상한 기호들로 가득 찬 무슨무슨 공학 책과 씨름해보라는 뜻도 아니다. 다만 문외한이 되어 외면하지는 말라는 뜻이다.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강대국이 된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영화를 감상하듯, 미술을 감상하듯 가볍게 보기만 해도 그 안에는 여러분이 할 일들이 참 많다. 사람이 만든 가장 작은 조각품영 케임브리지대강대준 박사팀의 나노조각품. 전체 크기는 수백나노미터에이르는데, 큰 물체를 깎아서 만드는 방법이 아닌, 원자나 분자로 마치 벽돌을 쌓아 올리듯 붙여가며 만드는 방법을 사용한다. 고려대 컴퓨터학과l 염지연 mksalt@hanmail.net

Fri Oct 29 2004 12:31: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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