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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의 초상, <관부연락선>

문경연

지식인의 초상, <관부연락선> "운명, 그 이름 아래서만이 사람은 죽을 수 있는 것이다." "무엇을 위해 죽느냐고 묻지 마라. 무슨 도구냐고도 묻지 말 것이며, 죽는 보람이 뭐냐고도 묻지 말아야 한다. 병정은 물을 수 없는 것이다. 물을 수 없으니까 병정이 된 것이며, 스스로의 뜻을 없앨 수 있으니까 병정이 된 것이다" 1910년부터 우리는 일본의 지배를 받았다. 1945년 해방의 기쁨은 잠시, 좌우대립과 이념의 갈등 속에 한반도는 다시 한번 광란의 도가니 속에 빠졌다. 그리고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났다. 그리고 국토는 반으로 갈렸다.이병주의 소설 <관부연락선>은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한다. 혼란하던 조선 혹은 대한민국, 조선인민민주주의 공화국의 한반도 속에 지식인 유태림이 있다. 유태림은 작가 이병주의 분신이다. 그를 굳이 색에 비유하자면, "회색"이다. "공산주의에 대해선 그것을 알기도 전에 인상부터 싫었습니다. 어떤 신문의 한구석에 난 도스토예프스키의 가족에 대한 악감을 가졌지요. 그 뒤에 소비에트 정권이 필리냐크를 죽였다는 소식을 알곤 완전히 그 정권을 혐오하게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필리냐크는 톨스토이의 전기를 쓴 사람 아닙니까. 그분이 강도나 살인을 한 사람은 아닐 텐데 어떻게 사형이란 극형을 받아야 되겠습니까. 트로츠키파라는 이유밖엔 그의 죽음을 설명할 재료는 아마 없는가 봅니다. 그 밖에 키릴로프의 살해를 비롯한 숙청사건의 내용을 알곤 나는 소비에트 정권에 대해서 겁을 먹었습니다. 그런 정권을 만들어 놓은 사상이 뭔가를 생각할 때 마르크시즘에 대한 혐오감도 같이 돋아나게 되는 것입니다." (p.185) 초기의 유태림은 다소 '반공'의 태도를 가진다. 그러나 그가 지향한 것은 단순한 공산주의에 대한 혐오가 아니라, 광적으로 이념에 빠져 다른 사상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배타적으로 대하는 공산주의자들의 태도였다. 또한 그는 좌익과 우익의 허상을 제대로 비판하고 그들이 현실적인 정치세력으로 거듭나길 바랐다. 그가 바라는 이상은 다음과 같다."지식인에겐 지식인으로서의 이상이 있다. 국가를 말하며 자유가 있는 나라. 모든 계층이 평등한 자격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나라, 능력과 노력에 의해서 응분의 보수를 받고 살 수 있는 나라." (2권 , 295p) 그가 바라는 나라는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맑시즘의 나라도 아니며, 보수기득권자본가계층 위주의 우익의 나라도 아니었다. 다소 유토피아적일 수도 있지만,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그런 나라였다. 만약 그가 '말'만을 행하는 지식인이었다면, 그를 사람들은 '회색분자'라고 비난했을 것이다. 그는 많은 책을 읽었다. 극도로 보수적인 경향의 책부터 매우 급진적인 좌파 경향의 책까지. 다양한 지식을 접하며, 다양한 행동주의자들과 토론하며, 그리고 다양한 사건을 접하며 그는 사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된다. 그것은 바로 그가 추구하는 이상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그는 결국 한국전쟁 당시 실종된다. 좌파 공산주의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어 행한 공부 때문이었다. 좌냐, 우냐 이분법으로만 가득한 50년대의 우리 사회에서 유태림은 있을 수 없는 존재였다. 그의 실종은 우리에게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 중도파의 소멸을 의미했다. 그는 회색분자가 아니였다. 다만 그가 바란 것은 각자의 위치에서 만족할만한 이상을 꿈꾸는 것이었다.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관용의 태도였다. 그렇다면, 왜 소설의 제목은 <관부연락선>인가.관부연락선은 유태림이 일본 유학생으로 있을 때 행했던 연구의 제목이다. 소설 속에서는 유태림의 '관부연락선'에 대한 수기와 그와 절친했던 이선생의 관점에서 보는 유태림의 인생이 번갈아 진행된다. 관부연락선은 2차 대전 종료까지 조선의 부산과 일본의 시모노세키 항을 연결했던 배를 말한다. 이 배에서는 각양각색의 인간 군상이 발견된다. 어쩌면 이 배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꿈'일 수 있으며, 어떤 사람들에게는 '두려움'일 수 있다. 이 꿈과 두려움은 광복을 맞고 '새로운' 한국을 꿈꾸었던 한반도의 지식인들이 모두 갖고 있는 감정일 것이다. 유태림도 그러했다. 유태림은 사라졌다. 그러나 그의 정신은 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한국은 진보-보수논쟁으로 가득하다. 진보 진영은 진정한 진보가 사라졌다고 말한다. 보수 진영은 보수 진영대로 뉴라이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진정한 진보가 되기 위해서, 진정한 보수가 되기 위해서, 진정한 지식인이 되기 위해서 꼭 한번 읽어봐야 할 책이다. 바로 이 책 <관부연락선>을 말이다. 민초 4기 이화여대l문경연 mky21@naver.com

Sat Apr 14 2007 13:02: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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