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생 세상만사

언론에 대한 소고(小考)

황병욱

과열되는 대선의 열기는 이제 어느 매체에서든지 느낄 수가 있다. 어쩌면 2002년의 대선이 끝나자마자, 혹은 2002년의 선거운동기간부터 2007년 새로이 탄생할 대통령과 그 정권에 적지 않은 관심을 내보였는지도 모른다. 필자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나라가 처음 공식적으로 주는 선거권을 받은 것은 2002년 대선이었다. 선거 전 날, 여러분 모두가 기억할 만한 드라마같은 일들이 벌어졌고 그런 우여곡절 끝에 현재의, 참여정부가 출범하게 되었다. 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이루어지던 헌정 사상 초유의 역사적 순간에, 나는 군(軍) 식당에서 한가로이 식사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식당전체의 이목이 TV에 쏠려 있고, 곁에서 식사하던 미군 병사가 무슨 일이냐고 묻길래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탄핵'이라는 걸 설명해 줄 마땅한 언어의 나열순서를 익혀놓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2002년 12월의 우리들은 그런 걸 상상이나 했었을까. 정치라는 것은 사실 내 삶에서 그다지 큰 흥미거리가 되지 못했다. 1학년 때 수업계획서에 귀찮은 듯 적혀있던 '국회방문'. 국회를 직접 방문했을 때 느낀 웅장함을 아직 기억한다. 그들이 실제 국회에서 진행시키는 일련의 행위들을 관찰하는 것은 고역이었다. 내가 지켜야 할 법률이 실효성을 따내기 위해 숨죽여 머무르는 곳. 온갖 이해관계의 충돌이 적나라하게 국민의 폐부로 전달되는 시발점.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언제나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매체들은 이런 나를 위해 얼마나 친절했던가. 참여정부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듯 보인다(이 문장은 사실관계에 기초한 게 아니라 추측이다. 하지만 수 많은 매체들의 아우성을 본다면 누구도 부인하기 힘든 추측일 것이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어느 때보다도 다가올 대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언론은 언제나 그랬듯 흥미진진한 경마 레이스를 우리에게 전달해 주지 않는가. 몇몇 삽화적인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참여정부는 '원칙과 신뢰/공정과 투명/대화와 타협/분권과 자율'을 국정운영원리로 천명했지만, 정보원으로부터 얻게 되는 뉴스들은 우리에게 '관용'이라는 것을 가르쳐주지 못했다. 정계는 시끄러웠으며, 부동산 문제는 정책의 제시가 있는 족족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국방과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발언 하나하나가 확대재생산되어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뉴스의 중심에 있지 않는 한 우리는 모두 주변인이다. 자신이 뉴스의 주인공이라고 해도 때론 주변인이 된다. 나와 언론 및 매체와의 대결은 이미 시작되었다. 필자는 이 글을, 곧 역사속으로 남겨져 다시한번 평가를 받게 될 현 정부에 대한 섣부른 비판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니다. 20대의 중반에 접어들면서, 이제는 어쭙잖더라도 내가, 우리 세대가 그것을 수동적으로 바라봐서만은 안 된다는 당위명제를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것을 조심스레 알리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전술했던 바처럼, 다시 주어지게 될 투표권의 무게가 이제는 그렇게 가볍지 않음을 토로하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언론의 경마중계에 섣부른 배팅은 위험하다. 언론시장은 이상적인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듯 보이지는 않는다. 독과점은 필연적으로 시장의 비효율성을 일으키기 되고, 소비자는 그들이 향유해야할 잉여를 빼앗기게 된다. 경제학 불변의 원리이고, 사회과학적으로도 부합한다. 다가올 대선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플레이어 중 하나가 언론이다. 그것이 사회의 유지와 발전에 기여하는 공로는 감히 내가 말하기 힘들 정도이다. 허나, 이 플레이어가 일으키는 비효율에 대해서는 따끔히 맞서야 하고, 이에 대결을 선언한 것이다. 이 플레이어는 타인일 수 밖에 없다. 샤르트르는 '타인이 곧 지옥이다'라고 했던가. 지옥에 가고 싶지는 않다. 이제 이 꼭지를 맡은 지 1년이 지났다. 필자는 너무도 부족한 스스로를 깨닫게 되었으며, 개인의 가치관을 정립해 나가는 삶의 과정 자체에 대한 무한한 존엄을 느끼게 되었음을 고백하고자 한다. '세상만사'라는 이름이 스스로 말해주듯, 만 가지 일에는 만 가지 이상의 이유가 있었고, 그 이상의 고민이 있었을 것이며, 그것이 사회라는 역동체를 구동시키는 모태였을 것이다. 건전하고 훌륭한, 사회의 구성원이 되실 여러분들께, 이 문단을 끝으로 인사를 드린다. 민초 3기 황병욱 rsniper@paran.com

Mon Dec 25 2006 06:59: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06143)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 322, 9층  TEL. 02-508-2168 FAX. 02-3452-2439 

COPYRIGHT 2019 ALTWELL MINCHO SCHOLARSHIP FOUND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