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이야기

우보연

끝. 시작

Fri Dec 29 2006 18:06: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끝. 시작 1월 1일. 넌 시작하고 있니?요즘 우리는 ‘근하신년’이라고 적힌 신년카드를 주고 받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덕담을 나눈다. 그리고 거리에서는 ‘Happy new year’ 이라는 문구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모두 새롭게 시작하라고 온통 난리다.그래 새롭게 시작해야한다. 시작해야지. 시작...근데 뭘 시작하지? 도대체 뭘 시작하란 말이야?그리고 뭐가 끝난거지? 난 끝난게 없는데. 계속되고 있는데.전날 12월 31일과 다를 바 없이 해가 뜨고, 똑같은 침대에서 일어나 똑같은 거울을 보고 있는데, 오늘 1월 1일은 전날과 다르게 시작해야하는 날이라니...그럼 그 전 것은 모두 버려야 하는건가?왜 이렇게 계속 시작하고, 끝나고, 시작하고, 끝나고. 그래서 아쉬워하고, 기뻐하고, 슬프고, 허무할까?그냥 계속 시작되든지, 아니면 끝. 으로 마무리 되면 안 되는 걸까? K, 넌 시작하고 있니?1월 1일 전날과 다를바 없는 날이지만, 새로운 해의 새로운 기운에 떠들썩한 그날.K는 새해를 맞는 떠들썩한 풍경들이 싫다. 33번의 보신각 타종소리도 듣기 싫고, 누렇게 변해가는 달력을 새로 바꾸기도 싫고, 손때가 묻은 정들었던 자신의 다이어리를 새로 바꿔야 한다는 것도 싫다. 새롭게 시작되었다는 사실, 다시 출발점에 서야한다는 그 사실이 K에게는 너무 버겁게 다가왔다. K는 12월 31일로 돌아가고 싶었다. 다시 끝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끝으로...그는 끝으로 가기로 했다. 어떻게?12월 31일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가 갈 수 있는 끝은 이것뿐 일 것이다. 그것은 이 도시의 끝으로 가는 것이다. 그는 서울의 끝에 종점이 있는 시내버스를 탔다. 그리고 제일 끝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버스는 조금씩 새해를 맞는 떠들썩함으로 가득 차 있는 도시의 중심을 벗어나, 변두리로 갔다. 차창 밖 풍경들은 도시의 끝으로 갈수록 점점 예전의 익숙한 모습으로 변해갔다. K의 표정 또한 예전의 익숙함을 찾은 듯하다. 버스는 마치 타임머신처럼 예전의 모든 것을 되돌리며, 도시의 끝으로 끝으로 가고 있었다.하하하하하그런데, K가 갑자기 실소를 터트린다. 뭐지? 왜 저럴까? K는 뭘 보고 저럴까?난 K가 바라보는 것을 바라보았다. 차창 밖으로 몇 미터를 사이에 두고, 두 개의 안내판이 보였다. ‘안녕히 가세요, 여기는 서울의 끝입니다.’‘안녕하세요, 여기는 경기도의 시작입니다.’하하하하하나 또한 실소를 터트린다. K가 실소를 터트린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건 아마 단순한 진리를 이 먼 곳까지 와서야 깨닫게 된 자신의 어리석음 때문이었으리라.끝은 시작이라는 것. 또한 시작은 끝이라는 것.끝과 시작은 다르지 않다. 세상이 아무리 그것을 구분하여, 나누려고 해도, 결국 우리는 계속 시작만하고 있고, 계속 끝만 하고 있는 것이다. 끝. 시작곧 도착한 버스 종점에는 도착하는 버스들과 출발하는 버스들로 북적였다. K는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같은 버스를 탔다. 다시 시작하는 버스를 말이다. 이제 정말 시작이다. 아니 끝이다. 돌아가는 길, K와 나는 또 다시 실소를 터트렸다.‘여기는 경기도의 끝입니다. 안녕히 가세요.’‘안녕하세요. 여기서부터 우리의 서울입니다.’ 단국대 l 우보연 cinewoo@naver.com

(06143)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 322, 9층  TEL. 02-508-2168 FAX. 02-3452-2439 

COPYRIGHT 2019 ALTWELL MINCHO SCHOLARSHIP FOUND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