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o economicus

경제학과 법학의 이색적인 만남!

오경원

경제학과 법학의 이색적인 만남! 어떤 폭주족이 엄청난 속도로 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어떤 알콜중독자가 취해서 신호등이 빨간불인데도 도로에 뛰어들어 사고가 났습니다. 이 때 폭주족은 피해가 없고, 알콜중독자의 치료비용이 10이 나왔다고 해봅시다. 그리고 폭주족의 과실과 알콜중독자의 과실은 똑같이 5:5라고 해봅시다. 이경우 폭주족은 알콜중독자에게 얼마나 배상을 해야할까요? 언뜻 생각하기엔, 똑같이 5:5의 책임이 있으니깐, 폭주족은 알콜중독자에게 50%의 치료비만 물어주면 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과연 그것이 바람직한 것일까요? 오늘은 법에 대해서 한 번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경제학이야길 한다더니 왜 난데없이 웬 법이냐구요? 경제학은 원래 쓸데없이 참견하길 좋아해서 그렇습니다, 라기보다는 경제학과 법학이 추구하는 것 중 공통분모가 존재하는 것들이 꽤 있기 때문입니다. “법경제학”이라는 학제적 성격의 학문도 많은 분들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앞에 언급한 사건은 잠시 접어두고 법과 경제학에 대한 이야기를 쭉 해봅시다. 우리가 지켜야 하는 법 중에서 특히 우리의 재산관계에 대해서 주로 다루는 것이 민법입니다. 우리나라는 총칙, 재산법, 가족법 등으로 이루어져있죠. 그 중에서 특히 재산법은 자원배분(재산관계)을 규율하며 합리적인 인간을 상정하여 입법된 법률입니다. 효율적인 자원배분과 합리적인 인간을 이론적 토대로 삼는 경제학과의 접점이 바로 그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물론, 법학은 기본적으로 “정의”를 추구하는 반면, 경제학은 “효율성”이 가장 중요한 것이니깐 차이점도 상당히 많이 존재합니다. 법학과 경제학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잘 나타내주는 것이, 우리 민법에는 제 750조에 명시되어 있는 “불법행위법”입니다. 불법행위법이란, 간단히 얘기하자면 과실 혹은 고의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쳤을 경우에 그에 상응하는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입니다. 주된 기능은 사고방지기능과 보상기능에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그 기본원리로 “과실책임원리”라는 것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과실책임원리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당연한 이야기인데요, 간단히 표현하자면 “사고방지비용“이 “사고가 발생함으로써 드는 비용“보다 더 낮은데도 그만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서 사고가 났다면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입니다. 과실책임원리는 법적인 ”정의“의 측면에서도 올바를 수 있고, 경제학적으로도 효율적인 원리입니다. (물론 사안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긴 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달리던 차 앞에 갑자기 누가 뛰어들어 사고가 났을 때, 가해자 입장에서는 모든 손해를 배상하자면 좀 억울할 것입니다. 앞의 예로 든 사건이 그런 경우겠죠? 그래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데요, 그때 책임부담원리로써 채택되는 것이 “기여과실”원칙과 “과실상계”원칙입니다. 기여과실이란, 피해자가 사고에 조금이라도 “기여”했다면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의무를 면제해주는 것이고, 과실상계 원칙은 가해자에게 50%의 손해만을 배상하도록 선고하는 것입니다. 앞의 예에서, 만약 “과실상계 원칙”을 택한다면 폭주족은 50%의 피해만 배상해주면 됩니다. 그런데 만약 “기여과실 원칙”을 택한다면, 폭주족은 아무런 손해배상을 할 의무가 없습니다. 피해자가 사고에 조금이라도 “기여” 했다면 가해자는 손해배상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언뜻 보기에 뭐가 더 옳은 것 같나요? 언뜻 보기에도 과실상계 원칙이 더 공평해 보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각 나라마다 기여과실원리를 채택하는 나라도 있고, 과실상계를 채택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미국 같은 경우는 각 주마다 각각 택하는 원리가 다릅니다. 그 이유는? 바로 경제학적으로 분석해보면 기여과실원리(Repeat! 피해자가 과실이 있을 경우 가해자의 책임을 묻지 않는 것)가 더욱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즉,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기여과실이 더욱 바람직한 원리입니다. 어째서 그럴까요? 일단 방지기능의 측면에서 동일한 효과가 있습니다. 누구에게 사고비용을 전가하는가에 상관없이 가해자와 피해자가 상대방의 선택을 고려하여 주의를 기울일 경우에 각각 사회적으로 적정한 주의수준에서 주의를 기울이게 됩니다. 어째서 그런 것인지는 간단한 게임이론 모형으로 증명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일단 생략하기로 하겠습니다.(단, 합리적인 인간을 가정한 경우입니다.) 그리고 보상기능의 측면은 경제학에서 신경 쓰지 않습니다. (-_-;;) 왜냐하면 이미 사고가 났다면, 누구에게 사고비용이 전가되든 간에 발생한 비용은 똑같기 때문에 비용 최소화의 측면에서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 여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차이가 나는 것은 바로, 소송비용의 문제입니다. 과실상계원칙의 경우 쌍방의 과실의 정도와 그것을 액수로 환산하는데 드는 비용 및 그에 대한 이의제기로 인한 소송비용이 더욱 많이 증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여과실원칙의 경우엔 재론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사고가 난 후에 부수적인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발생하게 됩니다. 즉, 경제학적으로 보자면 폭주족은 아무런 배상을 하지 않도록 규정해놓는 것이 사회적인 총 비용을 최소화하는 “효율적”인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엔 법적인 “정의”(공평성)과 경제학적인 “효율성”이 충돌하게 되겠군요. 여러분들은 공평성의 측면에서 쌍방의 과실에 대해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정확하게 측정해서 과실의 정도만큼 부담시키는 과실상계 원칙이 옳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총 비용을 최소화 시킬 수 있는 기여과실원칙이 더 옳다고 생각하시나요? 윽... 역시나 그렇듯 세상은 참 복잡합니다. 덧붙이는 이야기: 법학에서 먼저 발달한 과실책임원리는 경제학적으로 분석해보면 상당히 효율적인 원리입니다. 예를 들어, 길에다가 깊숙이 구덩이를 파놓고 사람들에게 위험하다는 것을 알려줄만한 방법이 세 가지 정도 있다고 봅시다. 첫 번째는 그 주위로 빨갛게 원을 그려 놓는 것이고, 두 번째 방법은 울타리를 치는 것입니다. 세 번째 방법은 구덩이 위에 컨테이너로 집을 지어놓고 아무도 못 들어오게 문을 잠가놓는 것입니다. 그런데 첫 번째 방법은 너무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누군가 거기에 빠진다면 “과실”이 되고, 세 번째 방법은 아무도 빠질 염려가 없지만 너무 과도하게 주의를 했기 때문에 또한 비용최소화의 측면에서 별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두 번째 방법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 될 것이고 사고가 났을 때 드는 비용이나 사고가 나지 않았을 때 방지하는 비용이 똑같기 때문에 가장 효율적인 선택이 될 것입니다. 첫 번째는 사고로 발생하는 비용이 너무 높아져서, 세 번째는 쓸모없이 너무 주의를 많이 했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선택이 됩니다. 그리고 과실책임원리와 더불어 무과실책임원리라는 것도 있습니다^^; 무과실책임원리는 가해자가 적정수준의 주의를 다 했느냐와 상관없이 적절하게 주의를 했더라도 무조건 가해자에게 책임을 부담시키는 원리입니다.(초대형 기업이나 거대 조직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 생겨났다고 합니다.) 앞의 두 원리는 가해자의 주의수준 측면을 고려한 원리이기 때문에, 각각의 책임원리마다 피해자의 주의수준을 따지는 기여과실과 과실상계 원칙을 채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원리는 기본원리를 지정하거나 판례에서 그 원리가 굳어지긴 하겠지만, 사안에 따라 특별법 등으로 다르게 적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법대생 많은 민초재단웹진에 법 이야기를 하려니 좀 뻘쭘하네요. 법대생 분들, 입이 간질거려도 참아주세요.^^ 민초 5기 서울대 l 오경원 dooleebell@hotmail.com

Thu Oct 26 2006 18:11: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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