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생 세상만사

황병욱

평화의 가격

Thu Aug 17 2006 15:22: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지구촌은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전쟁은 끊임없는 이슈의 생산을 도맡고 있다. 그것이 과거의 것이건, 혹은 현재의 것이건, 혹은 과장되지 않은 두려움을 동반하는 불분명한 미래의 그것이건. 대한민국은 수해와 폭염 속에 피곤한 여름을 보내고 있지만, 나머지 북반구의 2006년 여름은 인간의 수성을 느끼게끔 하는 수많은 이슈들 때문에 간담이 서늘할 뿐이다. 인류의 평화는 과연 요원한 것인가.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짧고도 긴 교전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까지 개입되었음에도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고, 수 많은 재산과 인명 피해를 낳았으며, 휴전이 선포된 지금도 사람들을 전쟁의 광기에 떨게 하고 있다. 불에 타고 폭격으로 아수라장이 된 베이루트의 사진, 무고한 민간인 사상자들의 절규, 자국의 외교권과 경제논리를 잘 포장하여 생산되는 정제된 목소리 등으로 가득찬 신문의 국제면을 읽는 것은 차라리 고문이다. 평화와 인권이라는 주제는 항상 홀대받다가 전쟁과 테러가 그를 조금씩 위협하거나, 우리네 삶을 어술렁거리게 만들어야지만 급히 앞세워지는 안타까운 콘텐츠이다.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국민을 경악케 했던 피랍 동원호 선원들의 예는 이를 잘 예증하고 있다. 해적들이 난사한 총알 속에서 두려움에 고통받았을 그들. 가족들과 지인들을 기다리고 그리워하며 느꼈을 생에 대한 목마름. 전쟁과 테러는 인간의 근원적 성정을 말살하고, 악을 재생산해 냄으로써 번식한다. 아직도 생생한 9.11. 테러의 아픔. 그 이상의 파괴가 2006년 8월에 영-미간 항공기 테러로 이어질 뻔한 사건은 또 무언가. 세계는 술렁였고, 긴장의 역치는 무너져 버렸다. 집단의 광기가 불특정 다수의 피를 부른다는 점에서 이는 가장 비열한 인간세상의 산물이 아닐까. 신이 전쟁과 테러를 잉태하였겠는가. 그것은 아닐 것이다. 필자는 다음의 행위도 테러로 규정할까 한다. 지나간 전쟁이 남긴 아픔과 역사의 교훈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는 침략국의 수장은, 일제치하에서 죽어갔고, 또한 아직도 그 아픔을 가슴에 묻고 사는 수많은 한민족의 가슴에 폭탄을 던졌다. 그의 행위는 테러범의 그것이랑 무엇이 다른가. 광복 61주년을 맞이하던 그 날, 침략국의 총리는 전범의 영혼에 예를 올리러 아침부터 서둘렀다. 그는 국제 사회가 목소리를 높여 반대해 오고, 자국민들도 어이없어 하는 신사참배를 강행하여 구역질나게 불쾌한 이슈를 도쿄발로 전해주었다. 미디어를 통해 전쟁과 테러는 왜곡되기 마련이며, 관련 주제는 겉잡을 수 없이 파급되어 이해 집단의 갈등을 양산한다. ‘파급’이라는 단어는 여기서 매우 광범위하게 정의된다. 한/미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최근, 처음부터 필자가 언급한 여러 관련 사안들로부터 사회가 느끼는 ‘파급’효과는 진실로 엄청난 것이다. 어느새 이는 원색적인 비판과 확인되지 못한 언어들의 도발로 본질로부터 벗어난 이슈로 치닫고 있고, 필자는 차라리 외면하고픈 욕구를 느낀 것이다. 우리에게, 평화라는 것은 원색적이고 자극적이고 선정적이어야만 눈길한 번 주는 그런 상품이 아니었던가. 감각적이고 선정적인 내 주위의 것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수 많은 콘텐츠들로부터 강박을 느낀다. 평화는 내 일상의 것, 우리들이 숨쉬는 공기와도 같은 것이길 바랄 뿐, 그것마저 내 삶을 구속하는 강박제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 전쟁과 테러의 위협이 없고, 종교와 문화의 다양성이 공존하는 그러한 세상 - 그 조건들이 기본적으로 충족된 이 세상에도 우리가 맞서 싸워야 할 부조리한 것들이 너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필요 이상의 것들과 싸우는 것은 누구도 원하는 바가 아니다. 평화는 얼마를 줘야 살 수 있는 것인가. 민초 3기 연세대l황병욱 rsnipe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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