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이야기

로드무비

우보연

로드무비 K는 걷고 있다. 하늘이 하나님 발아래까지 닿아있는 가을이다. 색깔 옷을 갈아입은 산에서는 울긋불긋한 바람이 불어오고, 국도 변의 코스모스도 하늘하늘 춤을 춘다. 주변 들녘에는 황금빛 결과물을 거두어들이는 트랙터 소리가 조용한 시골풍경을 활기차게 만든다.평화로워 보이는 시골의 국도 변을 양복차림을 한 남자가 걷고 있다. 뭔가 이질적인 풍경이다. 전봇대 위의 참새도 낯설어서인지, 반가워서인지 까악까악 하고 연신 울음을 터뜨린다. 나는 이질적으로 보이는 그 남자가 사뭇 궁금하다. 그가 누구인지 왜 여기에 있는지 말이다. 나는 그에게로 달려갔다.역시. 황당하게. 어쩐일로. K였다. 그는 지금 왜 여기에 있는걸까?회사로 가는 길을 착각한걸까?근데 여기는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시골이다. 그리고 오늘은 일요일이다.그러면 그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걸까? 왜 여기에 길이 있는걸까?우리에게는 수많은 길이 있다.무궁화호를 타고 대구에서 서울로 가는 길, 140번 버스를 타고 한남동에서 대학로까지 가는 길,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서 파리로 가는 길. 이런 물리적인 길 말고도 길은 얼마든지 있다.무지에서 진리에 도달하는 활자로 되어 있는 책 속의 길,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구애의 길. 그리고 태어나서 죽음까지 이르는 인생이라는 이름의 길.우리에게는 수많은 길이 있으며, 우리는 이 길의 어느 쯤에 와 있다.근데 이 길들은 그 자체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목적지가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서울이라는 목적지가 없다면 대구에서 출발한 무궁화호는 그 철로를 읽고 만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태어난 나도 죽음이라는 목적지를 향해서 나의 인생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그렇다면 이 길은 목적지로 가기 위해서만 존재 하는 것일까?아마도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렇다. 라고 말할 수도 있다. 대구에서 출발한 무궁화호는 결국에는 서울에 도착할 것이고, 우리도 언젠가는 죽음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길을 걷고 있으며, 이 길에서 무엇인가를 느끼고,생각하며,얻는다. 그것은 자신이 어떤 존재인가 하는 정체성일 수도 있고, 구애의 길에서 다시 고백하게 되는 용기 일 수도 있고, 쓰라린 실패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실패의 상처를 보듬는 손길일 수도 있다. 길은 그 자체로 존재할 수는 없지만,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질 수는 있는 것이다. 로드무비오래된 로드무비의 주인공처럼 K도 길을 걷고 있다.나도 조용히 그의 뒤를 따른다. 난 이제 K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왜 이 길을 걷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다.그저 지금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계속 되었으면 하고 생각할 뿐이다.그리고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헤친 여유로운 그의 발걸음이 계속 되기를 바랄뿐이다.그렇게 K와 함께 나도 이 길을 걷고 있다. 당신은 지금 어떤 길을 걷고 있나?그리고 그 길에서 당신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나? 민초4기 단국대l 우보연 cinewoo@naver.com

Sun Aug 27 2006 08:59: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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