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o economicus

오경원

개인의 합리적인 선택과 비합리적인 사회

Sun Aug 27 2006 19:39: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개인의 합리적인 선택과 비합리적인 사회 전공 때문인지, 저의 선택 때문인지, 이번달부터 homo economicus코너가 신설되고 제가 글을 쓰게 됐습니다. 아직 명확한 상이 잡히지는 않았지만,생활 속에서 겪는 경제적 문제들을 혼자 생각하지 않고, 함께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왠지 오늘은 개인적인 넋두리의 장이 될 거 같은 기분이 불쑥 뛰쳐나옵니다. 마감일이 임박한 바로 어제, 제가 겪은 일 때문입니다. 얼마 전S대기업집단에 M&A된 E사의 N교과서에 실릴 글을 청탁받았었고 방학동안적당히글을 써서 제출했습니다.그리고 일주일 전쯤글에 대한 원고료를 받았는데, 글쎄 원래 받기로 했던 돈에서 무려 10%가 깎여서 통장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문자를 보내서 물어봤는데 답은 없고, 어찌된 영문인지 혹시나해서 메일을 보내서 따졌는데 오늘 답이 왔습니다. 답인즉슨, "아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건 세금이에요. 원래 **만원 이상이면 세금이 붙게 되는 거에요.", 덧붙여, "문제가 된다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라고 당당하게 써놓기까지. 왠지 미심쩍어서 국세청, 조세연구원, 그리고 N사의 지식IN까지 동원해서 소득세, 근로소득세, 갑근세 등등 세금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제가 이것저것 뒤적여봤습니다. 그러길대략 2시간,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아내는 순간,이의제기를 관두기로 했습니다. 제가 판단하기로는 손해 본 돈을 되찾는 비용증가(효용감소)와 돈을 되찾았을 때 느끼는 만족감(효용증가)을 선택하는 것보다는 현재의 시간가치와불만족감을 합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더 합리적, 즉 저의 효용을 그나마 더 높이 유지시켜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처음부터 괜히 헛고생하지 말고 그냥 묻어둘껄 그랬나. 옆에서 보고 있던 형이 말합니다. "원래 출판업계 쪽이 다들 좀 그래. 이렇게 저렇게 떼먹고, 근데 뭐 그렇게라도 해야 겨우 먹고 산다니깐 어쩌겠냐", 형이 무슨 의도로 그 말을 했는진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저는 조금더 너그러운 마음으로그냥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사실은 문제제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앞으로 저의 수입원이 사라지게되진 않을까,라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저를 좀 움츠러들게 만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써놓고 쭉 읽어보니 저 자신이 참 한심해 보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왜 억울한 일을 당하고 가만히 있는 거냐, 독자들의 목소리도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억울함'을 배제한다면 그리 비합리적인 것 같진 않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비합리적인 사회가 우리의 합리적인 선택을 강요하면서 억울함을 참으라고 횡포를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출판사가 계속 우기면서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아도 저는 비용이 많이 드는 소송을 할 수도 없고 뭐, 어떻게 할 도리가 없습니다. 더불어 현재는 물론 미래의 잠재적인 수익원이기도 한 그 출판사와의 관계가 나빠지는 것은 더욱 바라지 않고요. 사실 저야 단순 아르바이트 비슷한 일이라 크게 문제될 건 없습니다.잠깐 생각난건데요새 비정규직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고들 하는데, 비정규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생계가 걸린 문제에서도 저와 같은 선택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니, 땅을 칠 노릇입니다. 분쟁이 생겼을 때 법정 분쟁으로 이어지는 것은 대부분 액수가 정말 클 때 뿐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제가 법조계에 대해서 잘은 알지 못하지만 소송 비용이 비싼 이유는, 작은 일은알아서 처리해라, 뭐 이런 의도도 부분적으로 담겨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아는모대학 법대에 다니는 분께서는,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특히 소송비용을 높여서 대부분의 분쟁은 아랫선에서 끝나도록 유도한다더라. 원래 자유주의적 전통 때문에사회구성원들이 알아서 해결하도록 유도한다고도 하지만, 그렇게 되면 결국 강한 사람이유리하게 되는 것이지.",고도 말씀하시더군요. 이의를 제기하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도 하지만, 합리적인 사람들이 부당한 일에 이의를제기하지 않고 넘어가는 일이 많다는 의미도되는 것 같습니다.그러고보면 참 아이러니컬하게도, 주위에 비합리적인 사람들이 좀 더 많아지면 우리 사회는 좀 더 합리적으로 변할 것 같네요. 아마 경제학에서는 사회적 비용과 개인적 비용이 차이가 난다고 하는 표현이 있었던가요?비합리적인 사람이 늘어난다면 그들의 개인적 비용은 커지지만, 그 사람들이 선례가 되어 부당한 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점점 줄어들겠죠? 이거 참, 이번 기사는 우리 사회에 비합리적인 사람이 좀 더 늘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끝마쳐야 할 것 같습니다. Boys be irrational! 민초 5기 서울대l 오경원 dooleebel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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