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이야기

우보연

해파리

Sun Jun 25 2006 15:35: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해파리 해파리라는 동물을 아는가? 뜨거운 여름날, 해수욕장에서 수영을 하다가 파도에 떠밀려 온 죽은 해파리를 보고, 기겁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뷔페나 잔치집에 가서 새콤달콤한 해파리 냉채를 먹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난 훌륭한 그 맛에 뻑 가서 계속 집어 먹다가 그것이 해파리라는 소리를 듣고 기겁을 한 기억이 난다. 근데 말이다. 이 해파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가?그리고 바다가 이끄는데로 유유자적 헤엄치는 그들의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또 다채로운 색으로 어두운 바닷속을 밝히는 그들의 빛을 본 적이 있는가? 흠… 나도 솔직히 직접 본 적은 없다. 그저 참기름과 간장으로 누렇게 절여진 해파리 조각만을 봤을 뿐이다. 근데 말이다. 우리의 주인공 K는 수족관에서 그 모습을 보았다. 푸른 형광 빛 옷을 입고 붉은 꽃을 머리에 단, 유유자적 수족관 속을 헤엄치는 해파리를 본 것이다. 수족관의 상어가 입을 헤 벌리며 ‘얼른 날 보지 못해’ 위협하고, 돌고래가 이리저리 재롱을 부려도, K는 해파리의 아름다운 자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해파리처럼 살겠다. 수족관을 다녀 온 후 K는 결심한다. 옛날 선비들이 고고한 기상을 가진 학을 동경했듯이 자신은 평생 해파리를 바라보며 그것처럼 살겠다고…그는 결심한 것이다. 해파리? 해파리처럼 살겠다고? 흠… 미쳤군. 해파리냉채를 아무리 좋아해도 그렇지. 그렇게 좋아하면 해파리냉채나 사먹을 것이지. 쯧쯧쯧… 우보연 드디어 미쳤군.라고 누군가 말하겠지만… 흐으으윽 난 절대 미치지 않았다. 끝까지 들어봐라. 결심의 배경 이렇게 미쳤다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K가 해파리처럼 살겠다고 결심한 배경에는 해파리의 아름다운 자태뿐만이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이 자리잡고 있다.이것은 선비들이 동경한 학의 고고한 기상과도 비견될 수 있는, 바로 음… 그러니까 독이다. 독?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바로 그 독?그렇다. 해파리는 그 아름다운 자태 속에 독을 품고 있다. 해파리는 먹이를 잡거나, 위험에 처하게 되면 촉수를 통해 독을 내뿜는다. K는 해파리의 자태와 함께 이 독에 끌리게 된 것이다. 자신에게 해를 가하는 상대를 언제든지 위협할 수 있는 독을 품고, 바다가 이끄는데로 유유자적 헤엄을 치는 해파리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이것이 K가 바라는 삶이다. 흠… 해파리처럼 살겠다고, 아니 살고 싶다고 결심한 K를 난 바라보면서 약간의 서글픔을 느낀다. 왜냐하면 K가 이런 결심을 하게 된 진정한 배경에는 그의 그렇지 못한 현재의 삶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사람들은 자신의 현재와는 다른 이상을 꿈꾸게 마련이지 않은가. 그의 그렇지 못한 현재 삶의 중심에는 저번에 소개한 적 있는 A급 턱수염을 가진 A부장이 자리잡고 있다. A부장은 10여년을 한결같이 길러온 그 A급 턱수염을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천천히 쓸어내리며 K의 일거수 일투족을 안경너머의 눈으로 감시한다. 그리고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다. 몇 번을 수정한 기획서를 밤을 새워가며 다시 수정해가도 A부장은 맞춤법이 틀린 것을 지적하며 다시 해오라고 하기가 일수였다. 몇 번을 그렇게 수정하는지 모른다. 그리고 K가 지각이라도 한 번 하면 온 사무실이 떠나도록 K에게 면박을 주기 일수였다. 한마디로 K는 A부장에게 미운오리새끼이다. 정말 지독한 인간이다. 지.독. 헤드락 근데 왜? 왜 A부장은 K를 그렇게 미워하는 걸까? 나도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K에게 해파리가 가진 수려함이 없어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든든하게 뒤를 바주는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알랑거리며 아부도 할 줄 모르는 K는 그저 A부장에게 별볼일 없는 부하 직원일 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K에게는 독이 없다. A부장이 어떤 말을 해도, 어떤 요구를 해도 독을 품지 않고, 순순히 응하는 K를 그는 만만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원래 만만한 사람에게 더 지독한 사람이 있지 않은가. 회사에서 그는 매일 A부장에게 헤드락이 걸린다.완전한 헤드락이다. K를 조르고 있는 팔목을 절대 풀지 않는다. K의 동공이 반쯤 풀리고, 온몸에 힘이 축 쳐지기 전까지 절대 그는 팔목을 풀지 않는다. K는 A부장에게 독침을 쏘고 싶다. 몇 달치의 아니 몇 년치의 독을 잔뜩 모아뒀다가 단 한번에 쏘아버리고 싶다. 그러나 우리의 K는 해파리가 아니다. 그리고 해파리가 될 수도 없다. 그에게는 저항할 힘도, 저항할 용기도 없다. 그저 A부장이 헤드락를 빨리 포기할 수 있도록 자신의 목이 조여지자 말자 몸을 축 늘어뜨리고, A부장에게 애원하는 눈빛을 보낼 뿐이다. 이것만이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그렇다 그는 백없고, 가진 것 없고, 용기도 없는 소시민이다. K는 지금 해파리를 바라본다. 해파리는 유유자적 수족관 안을 헤엄친다.K는 꿈꾼다.해파리처럼 유유자적 헤엄칠 수 있도록…해파리처럼 치명적인 독을 품을 수 있도록… 나는 K를 바라본다. K는 흐뭇한 미소로 해파리와 함께 수족관 안을 헤엄친다.나는 희망한다.K가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K가 자신의 모습을 사랑할 수 있도록… 민초4기 단국대l 우보연 cinew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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