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생 세상만사

황병욱

어떤 유월

Wed Jun 21 2006 13:10: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온 나라가 월드컵의 함성으로 메아리치고, 국토 곳곳이 붉은 응원의 물결로 뒤덮여가는 지금은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는 6월이다. 4년마다 한 번씩 찾아오는 신명, 아니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광기의 역사를 내 눈으로 보고 또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 세계는 말한다, 월드컵은 세계인 모두의 축제가 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유월은 한국인들이 모든 걸 잊고, 어디로 튈 지도 모르는 축구공에만 시선을 집중시키기엔 잔인한 혹은 아픈 역사의 달이다. 물론 필자가 이런 요지의 글을 쓰는 것도 매우 가식적이긴 하다. 20여년이 조금 넘는 생을 살면서, 뇌리 속에 각인된-그래서 이유를 묻지 않은 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사실들을 큰 노력을 들인 끝에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를 갖게 되었으니. 우연찮게 접한 영화 <<포레스트 검프>>(1994)에서 마치 삽화처럼 묘사된 월남전의 일부를 보며, 한국에도 이를 그려낸 작품이 없는지를 살펴보게 되었다. 안정효의 <<하얀전쟁>> 소설은 많은 논란을 낳긴 했지만, 월남전의 아픔과 전후 파월 장병들이 겪는 지울 수 없는 전쟁의 상처를 담담히 서술하고 있었다. 방학의 시작과 동시에 소설을 독파했으며, 이 글은 마치 감상문과 같이-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나의 시각으로-쓰여지고 있다. 한국 근대사가 경험한 두 번의 전쟁. 한국전쟁과 월남전쟁. 전자는 한반도에분열을 가져왔으며, 민족적 아픔으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국방/안보에 있어 미국은 아직도 주도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수 많은 사회적 이슈들을 생산해 내고 있다. 전쟁의 망령은 아직도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고 회자되는 용사들의 내면을-실제 전장에서의 체험을 통해 -작가는 전쟁이 인간을 어떻게 죽여가는지 고발한다. 물론 소설의 배경이 되는 것은 후자인 월남전에 관한 것이다. 우리들이 잘 알지 못하는 그 잊혀진 역사에 관한 기록을. 들뜬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언론은 나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것을, 혹은 습관적으로 사색하게 하는 예의 그 역할에 소홀하지 않았다. 연평해전/서해교전 등 전쟁이 낳은 아픔의 부산물들이 일어난지 몇 년이 되는 지금. 사람들은 조금씩 과거에 무감각해지고 유월이 주는 본연적 아픔으로부터 도망가려 하고 있다. 평택의 미군기지 확장을 둘러싼 마찰도 궁극적으로 보면 전쟁이 낳은 잔재 때문에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니었던가. DJ의 방북이 북한의 미사일 발포 문제로 무산될지도 모른다는 헤드라인 기사를, 우리는 대문짝만하게 실린 월드컵 골 장면 사진과 함께 보고 있다. 햇볕정책의 공과를 논의하는 것은 앞서 열거한 아픔에 절규하는 그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4년 전, 연말에 얻은 군대에서의 휴가길 기차에서 사 든 주간지엔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여중생들을 추모하는 글이 있었다. 그 해 유월, 월드컵의 열기 속에 잊혀진 우리의 아픔에도, 우리는 그렇게 무감각해 있었던 것이었다. 4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아직도 유월의 아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50여년도 훨씬 전에 이 땅은 아수라장이었고, 그것은 기형적인 근대사를 잉태하였다. 2006년 뜨거운 유월에 나는 나의 오만함에 부끄러워하며 월남의 파월장병들을 만났으며 전쟁은 어떤 형태로든 사람을 죽이고 있음을 받아들였다. 일회성의 사념적 사치로 치부될지언정, 역사의 뒤안길을 뒤돌아 보는 일은 꼭 필요한 것이다. 그들이 목숨을 바쳐 지켜온 나라, 피와 땀으로 벌어 온 전쟁달러로 이룩한 성장의 그늘 속에, 그들의 아픔을 딛고 흘러간 역사가 가능케한 2006년의 축제를 즐기는 우리가 아니었던가. 우리는, 붉은 악마가 입고 있는 그 핏빛의-그 핏빛의 역사가 생산한 사생아이기 때문이다. 민초 3기 연세대l황병욱 gen797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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