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머무는 곳

우형진

비가 내린다

Thu Jun 29 2006 20:05: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비가 내린다 'Endless rain fall on my heart 心の傷にLet me forget forget all of the hate, all of the sadness~♬ ' 그렇다. 오늘도 비가 내렸다.나 혼자만으로도 꽉 차는 듯한 좁은 자취방 속에서도,'비가 내리기 때문에'어줍잖게 센티멘털해지는 버릇은 여전히 남아있는 모양이다.마음 속으로나마 올라가지도 않는 노래를 읊조리면서 말이다. 최종 논문 과제가 아직도 끝나지 않은 6월의 마지막 자락이다. 그렇다. 비는 내리고, 나의 1학기는 아직도 끝이 나지 않았다. 어떤 조가 80장에 걸친 논문을 내고도 C를받은 전설이 있다던 마의 수업. 쉽사리 나를 1학기에서 놓아주지 않는다. 사실 지겹다-_ㅠ요즘나의 하루의 절반은 논문, 나머지 절반은 과외로 점철되어 있다. 소위 '안구에 쓰나미'를 방불케 하는 최근의 피폐한 일상은 몸과 마음 역시 피폐하게 만든다.. 아침에 일어나면 새로 올라온 논문 자료를 확인하고서 점심 때까지글을 쓰고 ♬왕복을 포함해서 이태원 과외에 4시간, 광명 과외에 4시간을 쏟아부은 채 힘없이 귀가한다.( 하루에 네다섯개의 학원을 다니는 초등학생들에게 시험기간은 그야말로 가혹하다. 여기에기말고사 결과가 인생을 좌우한다고 주장하시는 부모님들의 고집이 더해져 아이도, 과외선생님도 피곤에 쩐 하루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다.. 맙소사 ! ) 오늘도 오후의 자아는 그 동선도 아스트랄하기 그지없는 이태원과 광명 사이에서 방황한다. 터벅, 터벅... 하아.... .... 이젠 식상해져버린 밤거리 풍경 ' 이번 방학에는책도 많이 읽고, 여러 방면에서 지식과 경험을 쌓아보자 ! ' 라며 의지를 발산해대던 6월 중순의 나는 대체 어디로 가버렸단 말인가 ! 매일 똑같은 모습의 일상이 나를 지치게 한다. 사회과학적 글쓰기랍시고 딱딱한 글만 온종일 양산해내다보니논문 한 줄, 한 줄을 적어내려갈 때마다 인생에 대한 회의(!)가 들기도 했다. 심지어상대적으로자유로운 글쓰기가 허용되는 이 기사에서마저 나는 개요와 인과관계의 자연스러움, 의견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찾으려 하는 듯 하다. 맙소사 ! 여간해서는곧이 말을 들어주지 않는 이태원 꼬마와 힘겨운 설전을 펼치고서, 이게 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면, 참 가슴 한 구석이 시려온다. 시려온다.. 아무리 살아도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 박약한 의지, 누군가에게 하소연하지 않고서는견디지 못하는 나약함. 이런 말들은 이제 진부한 변명일 뿐임을 새삼스레 다시 느낀다. 이들은 정말, 모든 일의 원흉이 되면서도, 모든 실패의 변명이 되는 악마의 유혹과도 같은 존재들이다. 떨쳐내버려야 한다. '그래, 삶이건 내 성격이건, 변화가 필요하다 !' 이러한 맥락에서최근 일상의 무료함을결연한 의지로 전복시키기 위해특단의 조치를 취하게 되었다. 6월의 끝자락을 부여잡는 오늘 하루도, 그 시작에는 다코다 패닝이 있다.나를 언제나 격려해주는 후원자이자, 한글2005를 내려놓고 싸이월드에나 들어가볼까 하는 찰나에내게 일갈을 날려주는 그녀.최근 들어그 누구보다도 자주 만나게 되는 든든한 친구가 되어버렸다.아침에 다시 논문작업에 들어가려 컴퓨터를 켤 때마다바탕화면에서 그녀를 만나게 된다.합성에 불과한 스크린 샷인데다, 실제로 그녀를 만나본 적도없음에도 불구하고그녀는 이미 내 친구가 되어 있었다. '그래, 그 정신으로 공부 좀 해야할텐데 말이다. 나는 왜 이럴까.' 군소리 없이 늘상 쳇바퀴를 뱅뱅 도는 우리 햄토리씨마저나를 '훗' 하고 비웃는 듯 하다.(훗) 대단한 녀석....난 왜 너에게서 다코다 패닝을 발견하게 되는 걸까. 실제와는 너무도 다르게 표현되는 비 오는 날의 아스팔트 비에는 분명 사람을 이상하게 이끄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묘한 감상에 젖어들게 하는 빗소리, 사실은 우산이 없었던 거지만, 내리는 비를 맞을 때마다 떠오르는 풍경과 사람들. 사람들. 사진과기호학이라는 딱딱한 기사를 내보내려던 내 의도를 180도 뒤집어 버린 장대비. 덕분에 신볍잡기가 되어버린 기사가 나를 원망했는지 자꾸 창문 너머에서 비집고 들어오는 빗방울들. 우리 자취방 앞 분식집은 비가 오면 음식값을 10% 할인해준다. 고마운 집이다. 애인은 비가 오면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거리를 소회하기를 즐긴다. 멋진 취미다. 자아 형성과정에서 구조에 굴복한 자아가 본래 모습을 찾게 만들어 준다는 환상.예나 지금이나, 세계 도처에서 많은 이들을 감회에 젖게 만들었던 빗줄기도 그러한 환상은 아닐까.억수로 쏟아지는 장대비 아래에서 이별을 말하는 사람들, 생에 대한 비관에 젖는 사람들... 해를 가린 어두움 속에서, 눈물을 연상시키듯 흘러내리는 빗줄기는 자연 그 자체이다.그렇기에 우리는 비만 오면 원초적 자아의 본능에 몸을 맡기는 이들을 비난할 수 없다.이들을 보편적 시선 아래에서 폄하하는 우리들이야말로 비참한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자연 그 자체로 회귀하려는 많은 이들의잠재적 욕구가狂의 형태로, 구조에 대한 개인적 반란의 표상으로서 등장할 수 있다면 참 매력적일 것이다. 하지만 너도 나도, 파편화된 개인 사회의 어떤 구성원도,이제는 더 이상 '비' 아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시대가 되어버렸다.소극적인 반란의 일종으로, 오늘도 나는 감상에 젖어 고음불가식 노래들을 읊조린다. ? " 장자가 잠에서 깨어나, 나비가 자신이 장자라고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고 자문할 수 있다.그의 생각은 옳다. 첫째, 그가 정신이상이 아니라는 점. 그는 스스로 절대적으로 장자라고 인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이고, 둘째로는 그 자신이 어느 정도 옳은지 그 스스로 완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이다. 사실 그의 실체의 본류를 이해한 것은 그가 나비가 되었을 때이다. 자기 자신의 빛깔로 스스로를 그리는 그 나비야말로 본질적으로 그 자신이었으며또한 현재의 그 자신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리하여 그는 마침내 장자가 되는 것이다." - 자끄 라깡 Jacques Lacan 민초 5기 서울대 l 우형진 mmmshyal@hotmail.com

(06143)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 322, 9층  TEL. 02-508-2168 FAX. 02-3452-2439 

COPYRIGHT 2019 ALTWELL MINCHO SCHOLARSHIP FOUND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