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夢

김길향

‘누군가 하겠지....’

Wed Jun 28 2006 12:52: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누군가 하겠지....’ 몇 년 전, 선행을 하는 사람을 찾아서 선물을 한가득 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선행자를 찾기 위해 출근길에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지하철역에서 할머니께서 무거운 짐을 들고 계단에서 힘들어하는 상황을 연출하게 했다. ‘저 정도가 선행이면 웬만한 사람들 다 선행으로 상 줘야겠네~’라는 생각을 하면서 보았는데 그런 내 예상을 뒤엎고 할머니가 투입(?)된지 2,30분 만에야 우리의 ‘선행자’를 찾을 수 있었다. 그걸 보면서 실제로 내가 저 곳을 지나고 있었다면 나도 사람들처럼 할머니를 무심결에 지나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도와드리겠지.....’ 하면서. 이번 호에서는 그 ‘누군가 하겠지....’라는 생각을 심리학적으로 풀어보려고 한다. 이번에는 할머니 도와드리기보다 좀 더 심각한 상황을 생각해보자. 이를테면 길에서 강도를 만나는. (생각하기 싫은 상황이지만...) 1964년 어느 날 밤, 뉴욕의 주택가에서 키티제노바스라는 여성이 귀가 도중에 강도를 만났다. 성폭행을 당하려는 순간 그녀는 비명을 질렀고, 이에 놀란 강도는 황급히 현장을 떠났다. 그러나 그녀의 비명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나타나지 않자 강도는 다시 돌아와 여성을 폭행하기 시작했다. 그 폭행은 30분간 계속되었고 결국 여성은 살해되었다. 사건 발생 후 조사한 바에 따르면 38명의 주변에 사는 사람들과 행인들이 여성의 비명소리를 들었지만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30분 동안 계속된 비명 소리를 들으면서도 누구도 신고하거나 도와주지 않은 것이다. 많은 학자들은 이 사태(-_-;)에 대해 ‘사회의 도덕적 해이’를 들었으나 달리와 라테인은 많은 사람이 비명을 들었기 때문에 오히려 도와주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실험에 의해 이것을 증명하려 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 주위에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도와줄 확률은 낮아지고, 도와준다고 하더라도 행동으로 옮기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더 길어진다. 이를 심리학적 용어로 ‘방관자 효과’ 혹은 ‘구경꾼 효과’라고 하는데 이런 구경꾼 효과가 발생하는 요인은 크게 세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먼저, ‘지켜보는 사람이 많으니, 자신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도움을 주겠지.’ 하는 생각으로, 이렇게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을 가리켜 심리학 용어로 '책임분산'이라고 한다. 다음으로, 자신이 도우러 갔는데 아무 일도 아니었을 경우에는 수치심만 들 것이라는 ‘평가에 대한 우려’ 역시 이런 구경꾼 효과에 영향을 미친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도우러 가지 않은 것은, 평가우려와 같은 이유에서지만 다른 사람이 가지 않는 것은 그 상황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다수의 무지’ 때문이다. 다시 말해, 모두들 평가에 대한 우려와 같은 이유에서 도우러가지 않았지만 자기 멋대로 도울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연구에 의해 누구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지나칠 수 있다는 심리학적인 근거가 제시되긴 했지만, 그리고 현대 대중사회의 도덕적 해이 등의 다른 이유 역시 이러한 현상의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겠지만, 심리학도로써도 이 이론이 우리의 행동을 100% 합리화시키지는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물론 사람 마음이라는 게 의지대로 되는 게 아닌지라 자기도 모르게 저런 생각들을 하고 지나쳐버리기 쉬울 것이나,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상황을 바라본다면 무의식적인 구경꾼 효과보다는 도와야겠다는 의식이 좀 더 앞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거창한 시민의식을 굳이 논해야 할만큼 어렵고 힘든 것이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 처한 그 사람이 지금 얼마나 힘들지, 내가 저런 일을 당했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지나친다면 어떨지 그 심정과 상황을 한 번 더 헤아려주는 것이면 충분하다. 이제는 ‘누군가 하겠지....’라는 생각보다는 ‘나라면 어떨까....’라는 역지사지의 생각을 의식적으로 우리 마음과 머리로 끌어올려야겠다. 우리를 위해서!!^-^ 민초3기 고려대l 김길향 uteot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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