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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울대 같은 대학 많이 생겨 인재들 분산 바람직 - 조선일보 발췌

조진용

// Image Resizing var img0 = new Image(); img0.src = "http://www.snu.ac.kr/sk_board/uploads/11682/daedam03.jpg"; var o = getElement('previewImg0'); if (img0.width > 620) { o.width = 620; } if (img0.height > 450) { o.height = 450; } 한국의 고민과 활로 "서울大같은 대학 많이 생겨 인재들 분산 바람직" "뛰어난 지도자에 목마른 시대… 북돋워 만들어내자" 강천석(姜天錫·왼쪽) 본사 주필과 정운찬(鄭雲燦·오른쪽) 서울대 총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코리아나 호텔 2층 미팅 룸에서 ‘한국의 고민과 한국의 활로’를 주제로 대담(對談)을 했다. 정 총장은 오는 19일 4년간의 임기를 마친다. 서울대 역사상 자의든 타의든 가장 많은 화제를 부른 그는 총장으로서 마지막이라고 밝힌 인터뷰에서 많은 얘기를 쏟아냈다. 난국에 빠진 한국호의 해법을 정 총장의 입을 통해 찾으려는 강천석 주필의 질문은 서울대 비판부터 정부의 정책, 지식인의 역할까지 광범위하게 탐색했다. 강천석 주필:오늘 내게 맡겨진 역할이 서울대를 때리는 악역(惡役)이다. 먼저 궁금한 것은 왜 서울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서울대의 적(敵)이 이렇게 많아진 이유는 무엇인가. 4년간의 서울대 총장 시절을 돌아보면 당초의 포부와 남긴 족적과의 거리는 얼마나 되는가. 정운찬 총장:서울대를 세계적 지식창출기반으로 만들기 위해 총장으로서 크게 네 가지 일에 주력했다. 첫째는 다양화다. 학생 선발방식을 다양화했다. 여러 과목을 골고루 잘하는 학생(정시)도 뽑고 특기자, 지역 균형 선발방식으로도 선발했다. 두 번째는 기초교육을 강화했다. 미국 대학은 1970년대에 기초과학에 초점을 맞췄고 그 결과 1990년대에 신경제를 가져 왔다. 읽기, 쓰기, 말하기 등이 기초다. 셋째는 슬림화다. 임기 중에 학부 입학정원 700명, 대학원 입학정원 700명씩을 각각 줄였다. 교육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 넷째는 대학원을 강화했다. 우수 학생이 와서 돈 걱정 없이 대학원을 다니도록 하기 위해 교수 1인당 1명씩 대학원생을 추천해 등록금과 최소 생활비를 지원하도록 했다. 강:J S 밀은 유럽의 강점을 다양화로 꼽았다. 중국의 땅덩어리보다도 작은 유럽이 풍부한 정치적·역사적·문화적 진보를 이룩한 것은 다른 언어, 다른 민족, 다른 종교, 다른 국가가 때로 부딪치고 때로 어울리면서 빚어낸 다양성의 결과라는 것이다. 1960년대 말과 1970년대에 영국 총리를 지낸 해럴드 윌슨의 경우 3대(代)가 광부였다. 광부가 정부에서 준 장학금으로 옥스퍼드대학이라는 교육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이다. 서울대가 도입한 지역 균형 선발이라는 학생 선발방식은 좋은 제도이지만 유럽의 계급 차이나 미국의 지역 차이만한 게 없는 우리 실정에선 역차별적 요소가 있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정:한국은 미국처럼 큰 나라가 아니지만 지역 균형이 필요하다. 미국은 독립국가가 된 뒤 200여년 간 여러 주(州)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차이가 발생했다. 우리는 삼국시대, 통일신라, 고려, 조선을 지나는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큰 지역적 차이가 생겼다. 경상·전라·충청·강원·경기·제주도가 다르다. 또 하나는 서울과 지방이 지역적 차이 외에 소득 차이가 대단하다. 서울대의 지역 균형 선발은 한편으로는 지역의 다양성을 포함하고 다른 한편으론 영국의 윌슨 총리처럼 계층적 차이를 넘어선 인물을 길러낼 수 있을 것이다. 강:정 총장이 애쓴 기초학문 강화는 세계유수 대학의 공통된 관심사인 듯하다. 하버드대의 경우 찰스 엘리어트 총장이 1869년부터 1909년까지 40년을 재임하면서 선택 과목을 대폭 확대하는 교육혁명을 이끌면서도 마지막으로 남겨 둔 필수 과목이 ‘수사학’과 ‘현대 미국어’였다고 한다. 수사학의 기초는 논리적 사고(思考)다. 다른 인간, 다른 집단간의 의사 소통과 리더십 배양에 언어 능력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서울대 졸업생을 접하면 전반적으로 우수하지만 기초, 그 중에서도 말(언어)의 기초가 약하지 않나 하고 느낄 때가 있다. 서울대가 우수한 고교 졸업생의 상위 몇 퍼센트의 인재를 독점하면서도 그 비율만큼 국가의 각 분야를 이끄는 지도자를 배출하지 못하는 것도 리더십에 필수적인 언어 능력의 부족과 관계가 있는 것 아닌가. 정:1986~1987년 사이에 1년간 런던 정경대학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인 우리 집 큰 아이는 학교에서 영어, 수학, 체육 세 과목만 배웠다. 영어 과목에서 사회, 과학 등을 가르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이 15개나 된다. 종합적으로 안 배운다. 그래서 서울대가 통합 논술을 실시하려는 것이다. 강:언젠가 서울대를 가보았는데 종합운동장이 딱 하나 있는 것 같았다. 그것도 최근에야 인조 잔디구장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나 케임브리지대, 미국 하버드대, 프린스턴대, 시카고대 등 명문 대학은 물론이고 그 옆 중학교도 잔디구장을 몇 개씩 갖고 있다. 영국의 전성기와 쇠퇴기 즉 빅토리아 여왕시대의 1800년대 중·후반기 지도자와 1900년대 초반 지도자 간에 가장 큰 차이가 체격의 차이였다는 얘기가 있다. 유럽에서 나폴레옹, 비스마르크와 부딪치면서 팩스 브리태니커를 이끈 지도자였던 글래드스턴이나 솔즈베리 등은 나무꾼, 사냥꾼 이상의 체격과 체력을 지닌 사람이었다. 며칠간 잠 한 숨 안자고 일해도 끄떡없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정:영국의 이튼칼리지를 방문했는데 겨울에 학생들이 반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운동하고 있었다. 그런 걸 통해 영국의 고교 교육의 엄격성을 배웠다. 강:일본의 도쿄대도 서울대와 비슷한 비난을 받고 있다. 일본에서 수재급을 독점하고 있는데도 야구 선수로 치면 도쿄대 출신의 타율은 3할의 높은 타율이기는 하나 슬러거(거포)가 없다는 것이다. 고만고만한 사람만 길러낸다는 것이다. 서울대에도 물리학이나 화학 등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특별한 업적을 내고 있는 우수 교수들이 있는 것 같은데, 학교 전체의 차원에선 슬러거급의 타자(打者), 즉 걸출하게 탁월한 인재를 기르는 데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정:숲의 이론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서울대는 아주 좋은 나무들이 좁은 지역에 모여 있다. 밀생(密生)이다. 그래서 못 크는 것이다. 분산시켜야 한다. 인재들이 고려대도 가고 연세대도 가면 더 좋아질 것 같다. 좋은 대학 클러스터를 만들자는 것이다. 지금은 솔직히 대학 서열이 있다. 다른 대학도 갈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은 하버드대와 컬럼비아대에 동시에 입학 허가가 나도 컬럼비아대에 가는 학생이 있다. 우리는 서열이 매겨져 일본처럼 다닥다닥 커가니 햇볕도 많이 못 받는다. 우수 학생이 다른 좋은 대학도 가야 한다. 강:교육의 본질과 관련한 동양의 근본 정신은 논어 학이(學而)편에 나오는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 불역열호(不亦說乎)’란 말에 들어 있다고 한다. 학이시습지는 ‘배우고 때로 익히니’인데 한국은 여기서 끝난다. 불역열호, 즉 ‘즐겁지 아니한가’가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배우는 데 즐거움이 있어야 일생을 통해 스스로 배우고 커가는 평생교육이 실현될 수 있다. 인생이란 애벌레가 허물 벗고 나비가 되는 도약의 몇 단계를 거치는 것 아닌가. 대학을 졸업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적으로 성장하는 것, 공자처럼 ‘삼십이립(三十而立)하고 사십(四十)에 불혹(不惑)하고 오십(五十)에 지천명(知天命)’하는 식으로…. 정:서울대로 치자면 건학 이념이 매우 실용적이었다. 근대국가 형성에 필요한 사람을 빨리 만들자는 것이었다. 음악·미술대학도 필요했고, 백화점 식 교육이었다. 미국이나 영국은 교육의 기틀이 마련되어 있어서 공부를 즐겁게 한다. 하지만 현재 상황이 그렇게 비관적이지는 않다. 교수들 중에 공부밖에 모르는 사람이 많다. 강:이 정부를 비판할 때 포퓰리즘(populism) 정부라고 하는데 이 정부 포퓰리즘을 선도하는 주요 인사들이 정 총장을 대학가의 포퓰리스트라고 비판했다는 얘기를 듣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한 일이 있었는가. 교육문제, 경제문제 등에 대한 정 총장의 발언이 화제를 불러왔기 때문인가. 지성과 지성인들의 역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서울대가 과거에 비해 전환기, 폐지론 위기 등에 처해 있어 정부와 대항하는 것처럼 비춰졌을지 모르겠다. 내가 포퓰리스트란 말은 처음 듣는다. 내가 주도한 게 없는데 포퓰리스트라고 하는가. 나는 나름대로 객관적 사고를 하려 했다. 지성의 권위를 회복하려 노력했고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본다. 대학이 사회로부터 휘둘리지 않도록 했다. 지식인은 적어도 최소한의 상식과 교양이 있으면서 전문 지식을 갖춘 사람이다. 지식인을 넘어 지성인이 되려면 사회를 좋게 만들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비판도 하고 대안도 내놓아야 한다. 나아가 현실 참여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타까운 것은 학문적 지식을 활용해 정계에 진출하는 수단으로 삼는 것이다. 대학에서 현장으로 왔다갔다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강:겉으로 보면 우리 사회에 진보와 보수가 대립하는 것처럼 비치는데 정말 양자 간에 그만한 정도의 콘텐츠(내용) 차이가 있는가. 이 정부가 보수적 정권은 아니다. 자신들은 중도 좌파 정도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 정권의 정책이 보수 정당의 정책과 진짜 차이가 나는가 하면 사실은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복지 예산을 늘리자는 데 대해 보수도 반대할 만큼 눈치가 없는 것이 아니다. 복지는 표가 되기 때문에 너도나도 몰려가는 것이다. 한국의 좌(左)에 대해 걱정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성장에서도 후발국의 이점을 살려야 하듯 복지국가로 진행하는 단계에서도 후발의 이점을 살려야 하는데, 앞서간 유럽의 복지국가들이 넘어진 곳에서 따라 넘어지는 복지정책을 답습하려 하기 때문이다. 무엇으로 보수와 진보가 갈라지나. 정운찬 총장:조지 스티글러 시카고대 교수는 보수(保守)는 지키고 진보(進步)는 바꾸려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 사람을 보수, 진보로 나누기보다는 사안을 두고 보수, 진보로 이해해야 한다. 진보와 보수 간의 스펙트럼이 너무 짧다. 걱정스러운 것은 실제로는 차이도 없으면서 구호만 외치다가 서로 의만 상하는 게 아닌가 한다. 별 차이도 없으면서 싸우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강천석 주필:이 정권의 교육정책은 평준화라는 단어 하나로 표현된다. 그러나 사회 정의를 판단하는 데는 복안(複眼)적 사고가 필요하다. 열등하거나 뒤떨어지는 사람을 차별하는 것이 불의(不義)라는 데는 모두가 동의한다. 그렇다면 신체가 남보다 강건하고 머리가 뛰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차별한다면 그것 역시 불의가 아닌가. 이 정권의 평준화 신앙에는 사실 우수한 자에 대한 차별이라는 역(逆)차별이 들어 있는 것이다. 정:진보측 사람들이 갖는 잘 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거부감은 왜곡된 평등주의가 아니겠는가. 폐쇄 시스템일 때는 평등주의가 먹힐 수 있지만 개방경제에서는 아니다. 외국과의 경쟁을 받아들여야 하며 경쟁할 인재를 키워야 한다. 평준화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재고해야 한다. 강:(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에겐) 고기를 던져주기보다는 고기 잡는 그물을 주거나 올라갈 사다리를 던져 주어 그 위치에서 탈출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대부분 사람은 교육이란 사다리를 통해 불우한 위치에서 탈출과 이동을 하는 것인데 이 정부의 정책은 부실한 공교육을 방치해 사회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서 사회적 상승(上昇)의 사다리를 빼앗아가 버린 것이다. 정 총장도 소년기에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려운 시절을 보낸, 그 당시엔 공교육 안에서 제공하는 것만 흡수해도 충분히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었기에 오늘의 정 총장도 있을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지금은 가난한 학생은 입지(立志)할 길조차 없다. 정:대학 입시를 향해 일로 매진하다가 18세에 인생의 상당 부분이 결정되는 시스템에서는 사회계층 이동이 안 된다. 경제 여건에 따라 충분한 지원이 가능한 아이가 있고 그렇지 못한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바뀌어야 한다. 강:현 정부의 부동산을 포함한 경제정책에 대해 경제학자로서 어떻게 보고 있는가. 정:마음만 급하고 현실 파악이 안 된 것 같다. 현실을 알아도 분석할 능력이 없는 아마추어들이 정책을 한다. 오늘 이 생각하고 내일은 저 생각하는 것 같다. 잘 된 정책이라는 믿음이 없고, 믿음이 있더라도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일관성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1997년 경제 위기로 투자가 부진해져 미래의 생산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 그런데 정부의 경제정책은 투자의욕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이것은 한국 경제의 또 다른 위기의 징후다. 또한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1%의 투기꾼을 잡으려고 99%의 선량한 사람을 괴롭히는 정책이다.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은 역사는 없다. 안타깝다. 강:서울대를 4년간 운용하면서 이 정권의 교육정책에 대해 할 말이 쌓이고 쌓였을 텐데. 정:우리가 잘 모르면 먼저 경험한 나라에서 배울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대학에서 손을 떼고 초·중등 교육만 하면 된다. 강:남미의 세계적인 수출품이 세 가지 있다고 한다. 사회과학에선 종속이론이 있다. 1980년대 우리나라는 종속이론의 최대 수입국이었다. 한국은 종속이론의 예외에 해당할 국가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다음은 마르케스, 보르헤스 등에 의해 주도된 환상적(幻想的)인 리얼리즘문학, 세 번째가 축구다. 3개의 수출품 중에서 종속이론은 국가 지원금을 받는 대학에서 만들어낸 작품이다. 그러나 이걸로 남미도 망하고 그걸 흉내 낸 나라들도 홍역을 치렀다. 남미가 여전히 세계의 소설 독자와 스포츠맨들의 환영 속에서 계속 수출하고 있는 문학과 축구의 공통점은 국가의 지원도 간섭도 없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정부에 소설과(課)나 축구국(局)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만일 ‘소설과’나 ‘축구국’을 만들었다면 남미 최대 수출품은 사라졌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 교육이 정부의 과잉 애정, 과잉 간섭, 과잉 보호로 시들어가고 있다. 정:정부는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해야 한다. 치안은 정부가 강해야 하는데 못하고 있다. 반면 대학은 지나치게 간섭한다. 언론도 대학에 관심을 덜 가져 줬으면 한다. 언론이 대학 입시에 불을 너무 붙인다. 강:노블레스 오블리주란 본래에는 ‘특권’계급이 가져야 하는 ‘특별’의무다. 그래서 평등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선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미국의 언론인 월터 리프먼이 1차대전이 끝나고 나서 영국을 방문하고 쓴 글에 이런 내용이 있다. ‘한 나라의 엘리트란 이렇게까지 자기 희생을 해야 하는가’라는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영국 귀족계급의 50대 남자 가운데 25%가 전사(戰死)하고 옥스퍼드대나 케임브리지대 학생의 3분의 1이 전장에서 돌아오지 못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말 끝마다 ‘대중’을 빌려오는 ‘대중맹신(大衆盲信)’만으론 나라의 격(格)이 격상될 수 없다. 시대의 바람을 이용해 국가라는 범선의 돛에 가득 바람을 잡아 발전과 향상의 속도를 낼 수 있게 하는 그런 리더십이 아쉬운 세상이다. 정:한국 사회가 수퍼 스타를 원한다. 수퍼 스타가 나올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하고, 스타를 칭찬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평등주의로는 될 수 없다. 정치 분야에서 한국은 1958년 드골과 1979년 대처 같은 사람을 원한다고 생각한다. 강:나라나 시대나 기운(氣運)이라는 게 있지 않나 하고 생각한다. 국민의 꿈과 포부를 키워주어야 한다. 자꾸 과거로, 작은 시비로 나라의 기운을 낭비해선 안 된다. 얼마 전 신문에 보도된 중국 국가주석 후진타오의 미국 방문길 만찬 답사가 인상적이었다. 두보의 ‘망악(望嶽)’이라는 시를 인용했는데 ‘언젠가 산꼭대기에 올라 뭇산들이 작음을 굽어보리라(會當凌絶頂 一覽衆山小)’고 했다. 중국의 현재 국력을 겸손하게 낮춰 말하면서도 중국이 품고 있는 큰 꿈을 얘기 한 것인데, 지도자는 이렇게 말 한마디도 국민의 기운을 돋우는 말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정:당시 후진타오 주석이 인용한 이백의 시도 의미가 깊다. ‘장풍아 불어 주렴, 구름돛 높이 달아, 곧바로 만리파 헤쳐 창해 건너가리라(長風破浪會有時 直?雲帆濟滄海)’. 거대 미국에 맞서는 중국의 메시지와 각오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강:노무현 정부가 민심에서 멀어진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또 현 정부의 역사성은. 정:첫째 경제가 엉망이다. 둘째 보수 우파는 노무현 정부를 위험한 좌파로 보고, 좌파는 노무현 대통령이 이 말했다, 저 말했다 하니까 신뢰를 접은 것 같다. 민심은 천심이다. 지도자는 민심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5·31 지방선거 결과를 지도자는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선택한 것은 거칠지는 모르지만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회창 당시 후보는 안정적일지는 몰라도 정체할 것 같다고 판단한 것 같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좋은 방향으로 변화를 못 가져왔다. 현 정부가 역사 얘기를 많이 하는데 과거 역사에서 지혜를 얻는 것은 좋지만 너무 과거에 얽매인다. 또한 입맛에 맞는 역사만 선택하는 것 같다. 지속적으로 경제가 성장하고 민주적으로 성숙되어야 하는데, 현재 경제는 단기적으로는 경기가 나쁘고 장기적으로는 투자가 안 되는 상황이다. 노무현 정부는 이런 것들을 아직까지 잘 못했지만 남은 시간이라도 이런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었으면 한다. 강:총장 이후의 거취에 대한 얘기들이 있는 것 같다. 맹자의 말에 이런 게 있다. ‘나는 천하의 영재를 기르는데. 임금이 부러울 게 뭐냐’고. 이제 영재(英才)를 기르는 임금 부럽지 않은 일도 마쳤으니 또 다른 분야가 열리지 않겠나 하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정치권의 ‘러브콜’도 상당한 것 같은데. 정:지금까지 정치는 생각해본 적 없다. 강:앞으로는 생각할 수 있다는 말로도 들리는데. 정:선배들이 내게 한 말이 있다. ‘내일 무엇을 한다고 말하는 것만큼 가벼운 말이 없다’고. 서울대 총장은 내 일생에 가장 보람 있는 일이다. 이 자리를 어느 자리에 비교하겠나.

Sat Jul 08 2006 14:28: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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