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夢

Again 2002?!

김길향

Again 2002?! 지난 2002년은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 잊지 못할 한 해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대학교에 입학한 기쁨을 그 해 여름 월드컵과 함께 최대로 만끽했었으니까.^-^ 광화문 등등에 모인 엄청난 군중들. 그 외에도 여러 곳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함께 경기를 보며 응원을 하던 우리의 모습에 우리 자신도 놀라고 세계도 놀랐다. 그리고 4년. 2006년 월드컵을 목전에 두고 각종 평가전을 치루며 과연 우리가 2002년과 같은 감동을 누릴 수 있을지 모두들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와중에 얼마 전, 옛~날 옛적 시험문제 하나가 정말 쌩뚱맞게 떠올랐다. 2002년 12월. 심리학 전공탐색과목 기말고사 문제 중 하나. "2002년 월드컵의 응원문화에 나타난 한국인의 심리적 특징을 서술하시오.” ........ 문화심리학을 가르치셨던 교수님이 제출 문제임에 틀림없다는 생각과 함께 수업시간에 배웠던 내용을 떠올려서 내 나름대로 답안을 썼던 기억이 난다. 여러분은 저 문제의 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물론 심리“학”적으로 생각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답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는 심리학적으로 그 때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그 ‘엄청난’ 응원을 할 수 있었는지 생각해보려 한다. 우리는 ‘우리’를 매우 강조한다. “우리 집에 가자.” “우리 엄마 편찮으셔.” 흔히 쓰는 말이다. 하지만 영어나 다른 언어를 배우다보면 저런 문장에서 주어가 “나”로 시작됨을 살펴볼 수 있다. 언어에서 드러나는 한국인의 ‘우리성’은 문화의 곳곳에서 역시 나타난다. 그렇다면 ‘우리’라는 것은 뭘까? 사전적으로는 ‘자기를 포함하여 자기와 관련 있는 무리를 스스로 지칭하는 말’이다. 그리고 우리나라같이 그것이 강조되는 집단에서는 개인의 고유영역이 전체 ‘우리’속에 함몰되어 집단상황을 이루기 쉽다. 그런 집단상황에서는 개인이 자기 정체를 상실하는 몰개성화, 혹은 탈개성화를 경험하기 쉽다. (최상진, 2000) 바로 평소에 축구에는 관심조차-_-;; 없던 사람부터 축구를 어떻게 하는건지 모르던 아이들까지 모두다 길거리로, 경기장으로 뛰쳐나가서 축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나 관점, 취미는 일단 제쳐두고, 옆에 있는 사람과 함께 “대~한민국!”을 외치고 ‘하나됨’을 느끼는 것이 그것을 보여주는 예가 되겠다. 그리고 또한 이런 자기 함몰적 ‘우리’의 형성은 인지적 측면 뿐 아니라 감정적, 행동적 요소까지 결합되어 강력한 집단적 힘(syntality)을 발휘할 잠재적 가능성을 내포하게 된다. (최상진, 2000) 인지적으로 나와 당신이 유사하다고 느끼면, 즉 ‘우리나라’ 혹은 ‘우리’ 사람이라고 느끼면 그런 인식이 친밀감이나 따뜻함, 안정감 등의 정서적 요인들을 자극해서 전체 우리로의 적응을 자연스럽고 신속하게 일어나도록 촉매 역할을 하게 되어, 안정환이 헤딩으로 골을 넣는 순간, 서로 부둥켜안고 울만큼의 감동까지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감동에서 자신도 모르게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정서의 정화작용)을 경험하고는 축구의 재미뿐만 아니라 응원 자체에 점점 중독되듯이 빠지는 과정을 경험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리라. 따라서 2002년에 월드컵이 끝나고 난 후에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아 후유증에 빠진 직장인이며 학생이 엄청났다는 후문 역시 당연히 빈말일 수 없다. 요약하자면! ‘우리’, ‘하나됨’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고 거기에서 존재감을 찾는 경향이 강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집단적인 분위기와 함께 응원을 시작했다가 그것 자체에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고 응원에 푸~욱! 빠지는 바람에 모두 다 함께 응원 속에서 스스로도 놀랄만큼의 포스를 발휘했다는 말씀!!! 실제로, 당시 우리나라와 경기를 했던 한 이탈리아 선수는, 온통 우리나라를 응원하는 함성소리와 붉은색으로 뒤덮인 경기장에 들어서는 순간 숨이 막힐 정도로 그 분위기에 압도되었다고 한다. 보통 ‘기가 쏙~빠진다.’고 하는 표현이 아마 그 선수가 경험한 것에 가장 적절한 표현일 듯. 암튼.. 그 정도의 기운이라면 상대 선수에게는 엄청난 심리적 압박이 느껴졌을 것이고, 반대로 우리 선수들에게는 체력과 정신력 이상의 무언가가 반드시 전해졌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4위라는 훌륭한 성적을 얻게 된 것에는, 군중응원 속에서 만들어진 기운에서 얻어진 선수들의 심리적인 안정감과 적절한 기분고조가 제대로 한 몫을 하였을 것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2006년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글을 쓰다보니 자꾸 결론을 이렇게 쓰고 싶어진다. 우리의 ‘우리성’이 적절하게 발휘되어(훌리건처럼 오버는 No~!) 2002년처럼 스스로 즐기면서 선수들에게 원조할 수 있는 힘을 모두 다 만들어 좋은 경기를 치르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나 역시 ‘우리’를 중시하는 한국인이기에 저런 바램이 자꾸 드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민초 3기 고려대 김길향 uteotw@hanmail.net

Mon Feb 20 2006 06:42: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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