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이야기

우보연

안녕?

Tue Feb 21 2006 16:34: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안녕? 민초장학재단 웹진 ‘e-아름다운 들꽃’이 시작된 후로 저번 9호까지 ‘어리버리의 어리버리한 세상과 영화보기’라는 이상야릇한 주제로 ‘어리버리 영화보기’ 칼럼을 연재해왔다. 그동안 중간에 2번 필자의 개인적인 사정(영화촬영한다는 핑계로 컴퓨터 앞에 앉을 시간도 없어~, 열심히 시험 공부하다가 그만 열 손가락에 다 깁스를 했어~)으로 다른 분이 글을 쓰기도 했고, 지금까지의 연재동안 마감기한 지켜야해서(물론 한 번도 지킨적이 없지만) 힘들기도 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글을 읽고 보내주신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성원또한 즐거웠다. 뭐 이런 반응 말이다."어리버리한 오빠와 딱 맞는 글 인거 같아요.”“에세이 형식으로 쓴 글이 너무 좋았어요......;;”“글 읽고 영화 보기 싫어졌어요.”“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등등 여러 귀중한 의견들이 있었지만 지문관계상(?) 다 밝히지 못함을 애석하게 생각한다.이 자리를 빌려서 ‘어리버리 영화보기’는 민초장학재단 웹진 ‘e-아름다운 들꽃’에서 끝마침을 알린다.그동안 ‘어리버리 영화보기’를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럼... 여러분 안녕.... 안녕? 안녕?사실 ‘안녕’이라는 말에는 여러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골목길을 걸어가시는 할아버지에게 내가 ‘안녕’이라고 한다면 버릇없지만 반가운 인사가 될 것이고,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의 묘지에 가서 하는 ‘안녕’은 작별의 인사가 될 것이다. 그럼 여기서 나의 ‘안녕’은 무슨 의미일까?흠...그러니까 그게 무슨 의미냐 하면... 한 마디로 말한다면... 그러니까... 쩝...‘어리버리 영화보기’가 끝나고 새로운 연재가 시작된다는 그런... 함축적인... 의미지...그렇다. 새 봄이 왔으니, 이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새봄과 새로운 이야기는 필수불가결한 관계이다. 뭐 아닐 수도 있지만...새 봄이 왔으니, 새로운 연재가 시작된다고 했을 때, 여러분의 많은 우려의(?) 반응도 예상한다. “뭐 이런 시답지 않은 얘기가 다 있어... 그러니까 재미없는 글을 또 읽어야 한단 말이야... 지겨워 죽겠네... AC 짜증난다...” 그러나 난 여러분에게 말하고 싶다.새로운 글은 정말 재미있을 거라는, 정말 환타스티이이익 할거라는, 꿈과 모험과 사랑이 넘칠 거라는, 미친 여자도 발을 동동 구르며 함박웃음을 지을 거라는 약속을...드리지는 못한다.그냥 철면피가 되어 보련다. 예전처럼 내 마음대로 글을 쓸 것이다.‘재미없는 글을 쓰는 우보연을 민초웹진 기자에서 추방하라.’‘우보연은 그 더러운 철면피를 벗고 선량한 민초웹진 독자들에게 사과하라.’등등의 플랜카드가 우리집 앞과 재단 사무국 앞에 걸리고, 내 철면피로 달걀이 날아올 것이 두렵지만... 계속해서 철가죽 얼굴을 들이밀어 보련다.지금까지 시답지 않은 변명으로 새로이 연재하는 글의 주인공의 소개가 늦어졌다. 우리의 주인공은 성격이 소심해서 기다리는 것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우리의 새로운 주인공의 이름은 ‘K’이다. ‘K'라는 이름 때문에 우리의 주인공을 007영화에 나오는 비밀 정보요원으로 착각해서는 안된다. 그는 지극히 평범해서 고름이 삐죽 나올 지경인 평범한 사람이다. ’K'라는 이름은 실명을 밝히기 어려워서 내 마음대로 그에게 붙인 이름이다. 그는 이제부터 나와 여러분들의 ‘K’가 되는 것이다.그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왼손으로 엉덩이를 닦는지, 아니면 오른손으로 엉덩이를 닦는지, 혹은 K에게 여자친구가 있는지, 있다면 여자친구는 55사이즈를 입는지 99사이즈를 입는지, 또 혹은 하루 중에 K가 11시 11분 11초에는 무슨 일을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등등 우리의 주인공 K의 일상에 대한 소개는 차차 글을 통해서 밝힐 것이다.그렇지만 K에 대해서 궁금해서 잠을 못 이룰 몇 분(?)을 위해서 간단하게 그의 하루 일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아니 엄밀히 따지면 이것은 내가 처음으로 K에게 말을 걸었을 때의 이야기이다. 오늘도 태양이 떠오름과 함께 눈을 부릅뜬 알람시계의 울음소리에 K는 화장실로 달려가 세수를 한다. 요즘 들어 하나 둘 씩 늘어나는 여드름을 짜면서, K는 거울 앞에서 여드름 터지는 소리에 쓰라림과 함께 약간의 희열감마저 느낀다. 아침 대신으로 가수 보아도 일본에서 그리워한 1등급 우유 한 잔을 마신다음 부랴부랴 옷을 껴입고 집을 나선다. 오늘은 아침에 평소보다 많은 여드름을 짜서 그런지 다른 때보다 10분 늦게 지하철을 탔다. 어느 때와 다름없이 붐비는 출근시간, 지하철 안에서 K는 졸린 눈을 껌뻑이며 벽에 붙여진 광고를 보다가 누가 읽다 버리고 간 무가지를 읽는다. 무가지에 난 ‘원조섹시 이효리, 그녀가 돌아왔다.’는 기사에 온 정신이 팔려있던 K는 갑자기 무가지를 접고는 지하철 옆 차량으로 향한다. 그렇게 지하철 마지막 차량의 출입문 앞까지 와서는 만족한 듯 다시 무가지를 펼쳐 이효리의 기사에 집중한다. K에 행동에 나는 지하철의 마지막 차량을 더 좋아하는 그의 변태적인(?) 취향을 약간 의심하며 그를 계속 지켜보았다. 기차는 역에 도착하고 문이 열렸다. K는 환승하기 위해 기차에서 내린다. 아... 그런데 이럴수가... K는 보다 빨리 환승하기 위해 환승기차로 가는 출입구와 가장 가까운 마지막 차량으로 온 것이었다. K는 변태적인 취향을 가진것이 아니라, 나보다 더 세련된(?) 도시인 이었던 것이다. 예상과는 달리 K의 세련됨(?) 때문에 그는 지각하지 않고 출근시간 정각에 도착했다. 안도의 한숨을 쉰 K는 자신이 출근함과 동시에 벽에 걸린 시계를 보며 못마땅해 하는 A급 턱수염을 가진 A부장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켠다. 어제 다 못한 기획안을 클릭해서 잠깐 보고는 다시 닫아버리고, 잠시 인터넷 서핑을 즐긴다. 아까 무가지에서 본 이효리의 얼굴이 그의 눈가에 아직 남아있었기에 그는 세상의 모든 지식 에서 발견한 뇌쇄적인 그녀의 얼굴에 잠깐 동안 정신을 잃어버린다. 그와 동시에 A부장의 뇌쇄적인 눈동자도 함께 그의 눈에 들어온다. 깜짝 놀란 K는 아쉬워하는 효리를 잠시 숨겨두고는 기획안을 다시 클릭해서 빈 여백만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한 시간 두 시간 시간은 가고, 점심시간이 왔다. K는 아침을 못 먹어 굶주린 배를 움켜잡고, 회사부근 식당으로 가서 메뉴판을 바라본다. 어제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메뉴판에서 어제 먹었던 김치찌개를 주문한다. 어제보다는 좀 싱거웠지만, 배부르게 한 그릇을 비우고는 다시 회사로 돌아온 K는 졸린 눈꺼풀을 커피 한 잔으로 달래보지만, 눈꺼풀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졸린 눈을 비비며 오후 일과를 끝내고는 K는 또 어딘가로 향한다. 몇 달 전부터 다니기 시작한 일어학원에서 K는 강사에게 실력이 많이 늘었다며 칭찬을 듣는다. 효리보다는 못하지만 어여쁜 일어강사에게 칭찬을 들은 K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친구에게 전화를 한다. 동네 삼겹살집, K는 친구와 삼겹살에 컴백한 이효리와 일어강사의 칭찬을 곁들여 소주를 마신다. 백수로 지내는 친구는 오늘 K를 기분좋게 만들어서 자신이 술값을 내지 않게 만들어준 이효리와 일어강사에게 감사하며 K의 술잔에 기분 좋게 술잔을 부딪친다.K도 하루의 피곤함을 한 잔 술에 날려버리며 이효리의 이야기에 다시 빠진다. 터벅터벅 골목길 언덕을 올라가는 K. 약간 오른 취기로 휘파람도 불어본다. 그렇게... 그렇게... 또 하루를 마감하려는 K.조심조심 나는 그의 뒤를 따른다.어제도 올랐고, 내일도 오를, 집으로 향하는 골목길 계단을 터벅터벅 오르는 K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난,알 수 없는 공허감과 쓸쓸함에멀어져가는 그의 등 뒤에다 대고묻는다.“산다는 게 뭐죠?”나의 물음에, 뒤돌아서 한참 나를 바라보던 K는 소심한 미소를 짓고는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그저 이것이 대답이라는 듯,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다시 계단을 오른다.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난 조용히 속삭인다.'안녕' P.S : K 이야기의 삽화를 그려주실 참신한 삽화작가를 구합니다. 글을 읽으시고서글픔, 흐뭇함, 짜증남, 동정심등 K에게 약간의 감정이라도 생기시는 분이라면 어떤 분이라도 상관없습니다.제 이메일이나휴대폰으로 연락주십시오. 당신의 손에 의해서 창조되어질 K의 모습이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민초4기 단국대l 우보연 cinew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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