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통신원

[성균관대] 법대의 조금 늦은 졸업식 이야기

조진용

▩ 시작하는 말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 다들 동감하지만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얼마 전 2005년 전기학위 수여식에서 이런 어려움을 딛고 학사모를 쓴 3명의 노익장들이 있었다. 김태원(36년생·법학과 61학번) 배금환(40년생·법학과 59학번) 김용선(42년생·법학과 60학번)동문을 만나 그들의 조금 늦은 졸업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이야기 하나 - 조금 늦은 졸업 그 사연 김태원 : 그 당시에는 가정형편도 어려웠고 사회적으로 혼란기였어요. 6.3 데모 후유증도 있었고. 이런저런 복합적인 이유로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독일에 3년 동안 산업연수를 다녀왔죠. 그러고 나니 나이도 차고 해서 바로 생계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어요. 배금환 : 4학년 때 장교시험을 봐서 합격을 했어요. 4학년을 다 마친 줄 알고 장교에 임관했는데 1학년 2학기 성적이 잘못 처리 되서 졸업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졸업을 못한 채 30여 년 동안 군에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되었고 학교에 미련이 남아 재입학 하고 졸업 할 수 있게 되었죠. 김용선 : 62년에 3학년을 마치고 63년에 제 1회 사법고시를 봤는데 운 좋게 1차에 합격 했어요. 그런데 2차에선 떨어졌죠. 계속해서 도전을 했지만 계속해서 2차에서 떨어지는 거예요. 그러다 군대를 다녀오니 다시 공부를 시작하기가 힘들더라고요. 졸업을 하지 못하고 섬유산업에 뛰어들었어요. 대학 동창들을 만날 때 마다 조금 꺼림직 한 것도 있었는데 막내 아이 졸업식에 가서 나도 졸업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어요. ▩ 이야기 둘 - 학교생활 중 어려웠던 점 김태원 : 이질감이 들었어요. 마치 이방인이 된 느낌이었죠. 그런 이질감을 줄여보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일단 흰머리를 검은색으로 염색도 했고요. 그리고 법공부를 다시 하려니까 쉽지 않더라고요. 배금환 : 다른 젊은 학생들에게 피해를 줄까봐서 많이 걱정했어요. 내가 하는 행동들이 다른 학생들이 공부하는 분위기를 해칠까봐서요. 하지만 다른 학생들 모두 잘 이해해줘서 고마웠어요. 김용선 : 시간표가 하루에 몰린 적이 있었는데 그 날은 8시 30분까지 종일 학교에 붙어있어야 하니 참 힘들었어요. 나이도 있는데 어디서 빨리 밥 먹고 오기도 뭣해서 몰래 빵 하나 사먹고 오기도 했죠. ▩ 이야기 셋 - 학교생활 중 즐거웠던 점 김태원 : 젊은 친구들이랑 어울린다는 게 참 재밌었어요. 후배들이랑 같이 맥주도 한잔 하러 가기도 하고요. 배금환 : 일단 전 4학점만 들었기 때문에 학교에 그렇게 오래 있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면학분위기를 해칠까봐서 후배들이랑 자주 어울리지를 못했어요. 학교 다니는 것 자체가 즐거웠지만 아쉽게도 딱 이거다 할 만한 에피소드는 없는 것 같네요. 김용선 : 저 같은 경우에 필기를 꼼꼼히 하지 못해요. 한동안 글도 잘 안 쓰다 보니 어쩔 수 없었죠. 그런데 경제법 수업은 시험 보는 데 필기가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한 학생의 노트를 빌리게 되었는데 시험 문제가 거기 정리 되어있는 대로 나오더라고요. 정말 다행이었죠. ▩ 이야기 넷 - 요즘 성대 VS 예전 성대, 그리고 성대인 우리학교의 지금과 45 년 전의 모습. 분명 많은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세 동문이 얘기하는 성대의 변화는 한결 같았다. 제일먼저 환경이 정말 좋아졌다는 것이다. 옛날에 있던 건물은 지금의 학생회관과 구법학관 뿐이고, 나머지 건물들은 모두 최신식 바뀌어 학생들의 학업에 큰 도움을 준다고. 예전엔 다른 대학의 유명한 교수 수업을 몰래 청강 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을 정도로 훌륭한 교수진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 환경 덕에 우리학교의 전반적인 위상도 많이 상승한 것 같다고. 이런 학교의 개선된 환경과 예전 같지 않은 안정적인 사회적 분위기 덕인지 요즘 성대생들은 발랄하면서도 참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 이야기 다섯 - 추억 한 페이지 김용선 동문은 당시 총장이 입학식 때 40년 후면 우리학교가 개교 600년이 된다고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건학 608년이 된 지금 보면 참 아련하고 옛날에 데모하는 선배들을 따라다니던 기억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 이야기 여섯 - 아직 젊음 그리고 내일 김태원 : 사는 날까지 늙었다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살 겁니다. 기회가 된다면 계속 법학 공부를 해서 지금 제가 하고 있는 분야(한국산림경영인협회 16대 회장,임업단체 총연합회 부회장, 산림청 정책심의위원회 위원 등의 임업관련)에 마지막 봉사를 하고 싶습니다. 배금환 : 계속 공부해서 사법시험을 볼까 생각중입니다. 젊은 사람들 일을 뺐고 싶은 건 아니고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봉사를 해보고 싶습니다. 김용선 : 지금까지 해 오던 섬유산업(‘제일인터팩스’를 경영)을 계속 해 나갈 생각입니다. ▩ 이야기 일곱 - 성대인에게... 김태원 : 모든 성대인들이 ‘대자유인’이 됐으면 좋겠어요. 하나의 사상에 얽매여 하나의 시선으로만 세상을 보지 않았으면 해요. 나를 버리면 어디에도 매이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무엇인가에 집착하는 나를 버린다면 어느 것도 포용할 수 있는 큰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배금환 : 당연한 말같지만 제가 이제 졸업을 하고 보니 공부는 시기가 있다는 말이 실감나고 학생들도 꼭 그 때에 하라는 말을 하고 싶네요. 아니면 우리처럼 늦게 다시 공부해야 하는 거죠. 나이 들어 고생하며 배우는 것 보다 배워야 할 때 후회없이 배워두는게 효율적이지 않겠어요? 김용선 : 젊어서 열심히 해야 평생을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는 거죠. 우리사회가 학력을 무시할 수 없는 사회잖아요. 학생들은 지금 젊으니까 배우는데 학업에 정진 했으면 좋겠어요. 봄에 씨앗을 뿌려야 가을에 거두듯이 젊을 때 열심히 배워야죠. ‘소년은 늙기 쉽지만 학문은 이루기 어렵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만큼 젊어서 노력해도 이루기 힘든 학문을 제때에 하지 않으면 안되겠죠. ▩ 끝맺는 말 문득 동문들의 학점이 궁금해 김태원 동문에게 학점을 살짝 물어보았다. 김 동문은 직접 가져온 성적표를 보여주었다. A와 B만이 존재하는 김 동문의 성적표를 보고 잠시 부끄러움에 머쓱해졌다. 앞으로 조금더 본업에 충실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세 동문은 자신들이 졸업장을 따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한다. 이들은 그저 배움에 대한 열정과 배움에 대한 갈망으로 적지 않은 나이에 힘든 도전을 한 것이다.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성대인들. 힘든 도전, 실패가 두려워 몸을 사리기에는 우린 너무 젊지 않나하는 생각을 해본다.

Thu Mar 09 2006 08:55: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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