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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연

체리향기의 오묘한 빛깔

Wed Aug 18 2004 03:55: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체리향기의 오묘한 빛깔 어떻게 자살할까? 먼저 목 메달아 죽는 방법이 있을것이다. 천장이나 높은 나뭇가지에 줄을 달고 거기에 목을 매달아 한참 있으면 숨이 막혀 죽는 것이다. 이 방법은 숨이 끊어지는 동안 참 고통스럽지만, 전통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다. 그다음에는 높은 빌딩 옥상이나,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수능을 비관한 고등학생이나 대기업 회장이 주로 쓰는 방법이다. 그리고 익사하는 방법도 있다. 바닷가 절벽이나, 한강 다리에서 떨어져 그대로 물속으로 가라앉는 방법인데, 한강위의 다리들이 이렇게 자살하려는 사람들로 쉴 틈이 없다. 바다건너 일본에서 온 것도 있다. 사무라이들이 싸움에서 졌을 때 주인에게 충성하는 표시로 칼로 자신의 배를 가른데서 유래된 방법인데, 일명 할복자살이라고 불리는 방법이다. 이밖에도 농촌 에서 자주 발생하는 농약을 마시는 방법과 영화등에서 자주 나오는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누는 방법등 많은 방법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죽으려고 마음먹은 사람이자신이 이런 방법들 중에서 어떻게 자살할까? 하고 고민하고, 갈등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것이든 자신이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 정말 기발하게 자살하려는 사람이 있다. 이란의 바디라는 남자인데 그는 자동차를 타 고 다니며 자신의 자살을 도와줄 협력자를 찾아 나선다. 파논 웅덩이에 자신이 들어가 누워있고, 자신의 시신에 흙을 덮어 줄 사람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그의 자살에 협력하려 하지 않는다. 돈으로 유혹에도, 폭력으로 협박해도 통하지 않는다. 사회는 자살에 그렇게 관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위 이야기의 남자는 영화 ‘체리향기’에 나오는 주인공이다. 그는 결국 자신을 돕겠다는 한 노인을 만나게 된다. 그 노인은 남자에게 이야기 하나를 들려준다. 「 한 터키인이 의사를 찾아왔다. 환자는 자기 몸을 여기저기 만지며, 머리를 만지면 머리가 아프고, 배를 만지면 배가 아프다고 호소했다. 의사는 진찰을 하고 “당신은 몸이 아픈 게 아니고 손가락이 부러졌습니다.”라고 진단을 내렸다.」 이 노인의 이야기속 터키인은 몸의 통증만 느꼈지 손가락을 못 보았다. 스스로 일어서려 하지 않고, 자신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사회와 환경 탓으로만 돌렸던 것이다. 자신의 상처는 자신이 치료해야한다. 주저앉아, 일으켜 세워 주기만을 기다린다면 손가락은 곪고 세균은 온몸에 퍼질 것이다. 많은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만두업체 사장은실추된 자신의 명예와 부도난 회사 때문에 한강에 몸을 던졌고, 여고생은 잘 나오지 않은 수능점수 때문에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태풍 메기로 집이 물에 잠긴 아주머니는 앞으로 살날을 걱정하며 농약을 마셨고, 옛날 일본 사무라이들도 자신의 명예를 위해 자신의 배를 칼로 갈랐다.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모든 세상사는 상대적이기 때문에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도 자살하는 사람들에게는 절대적인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명이란, 아니 삶이란 절대적인 것이다. 누구에게든 한번밖에 찾아오지 않는 여행인 것이다. 여행 도중에 아름다운 자연과 따스한 사람들의 정에 감동할 수도 있고, 뜨거운 태양빛에, 괴로운 허기짐에, 무거운 배낭에 눈물 흘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여행이라고 불리는 단어 속에 포함되어 있는 순간들인 것이다. 우리네 인생도 즐겁고, 슬프고, 힘들고, 재밌는 순간들로 채워져 있는 것이다. 이런 순간들 중의 한 부분으로 인해 절대적인 여행을 멈춘다는 것은 정말 바보 같은 짓일 수밖에 없다. 다음 여행지에서 느꼈을지 모를 환희와 감동을 느낄수 없기 때문에 말이다. 영화 “체리 향기”속의 노인은 남자에게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예전에 목 매달아 죽기위해 줄을 매려고 나무에 올라 간 적이 있소. 그런데 나무에 달리린 체리가 눈에 띄어 무심결에 먹어보니 너무도 달더군. 그래서 계속 먹어보니 문득 세상이 너무 밝다는게 느껴졌소. 붉은 태양은 찬란히 빛났고, 하교하는 아이들의 소리는 너무도 평온했지. 그래서 아이들에게 체리를 따서 던져주고, 나무를 내려왔지. 이른 아침 붉은 태양이 물드는 하늘을 본적이 있소? 보름달 뜬 밤의 고요함을 다시 느끼고 싶지 않소?」 글 l 우보연 cinew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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